세계 GDP 85% 차지 ‘프리미어 포럼’ 부상
개최국이 어젠다 주도… 한국 국격 높아질 듯
MB-加총리 “선진-신흥국 협조 의견 일치”
우리 정부가 G20 한국 개최에 이처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G20의 위상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번 피츠버그 회의의 주된 이슈 중 하나는 G20의 제도화 및 정례화였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기존의 G8 체제만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공감대 형성에 따라 출범한 G20을 글로벌 경제 이슈를 논의하는 ‘프리미어 포럼’, 즉 최고의 논의의 장(場)으로 정할지를 결정하는 문제였다.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즉 새로운 지배구조 구축과 관련해 기존의 G8을 선호하는 일부 선진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G14로 가자는 그룹, G20으로 가자는 그룹 등으로 나뉘었으나 이번 회의에서 G20으로 판가름이 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G20 회의 개최 의사를 강력히 희망하며 G20 정례화에 기여했다. 그동안 G8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경제 규모의 80%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50% 수준으로 떨어진 대신 G20이 8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또 세계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회복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은 G20을 중심으로 한 긴밀한 국제공조 때문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G20 정상회의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중론이 형성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제 선진국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과거 유례가 없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 협조가 앞으로 발생할 여러 가지 경제와 관련된 문제 해결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까지 3차례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각종 의제를 주도하며 위상을 높여왔다. 이 대통령은 1차 워싱턴 회의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금융개혁에만 주안점을 둘 때 ‘스탠드스틸(standstill·새로운 무역장벽이나 수출제한 조치 동결)’을 제안해 보호무역주의 저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또 2차 런던 회의에선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경험을 공유하고 거시경제 공조와 금융부문 규제에 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으며 선진국과 신흥공업국 간 가교 역할을 했다.
내년 G20 정상회의는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성장 모델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및 성장 잠재력 발굴을 논의하는 회의를 우리나라가 개최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는 우리 외교사에 한 획을 긋는 국제행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G20 정상회의가 지구촌의 비공식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로 정착되려면 향후 개최국이 그 역할을 잘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그런 소임을 맡은 것은 대한민국의 저력과 능력을 국제사회가 인정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중국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의미가 크다.
사공 위원장은 “G20은 비유하자면 지구촌 마을의 가장 영향력이 있는 유지(有志)들의 그룹이다. 이 유지들이 모인 G20의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이슈들을 논의하고 결정짓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G20 정상회의는 실질적인 차원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파워를 능가한다”면서 “내년 개최는 우리나라의 국격이 몇 단계 상승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츠버그=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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