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술에 배부를 ‘쌀 대책’ 없나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 넘치는 쌀… 쌓이는 고민
농민 “北지원을”… 정부 “남북경색이 걸림돌”
美행정부, 대북 식량지원 실무 대책반 가동

남아도는 쌀 처리로 대한민국이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쌀 10여만 t을 이르면 내년부터 동남아 국가들에 지원하고 28일부터 가공용 쌀값을 내리기로 하는 등 다양한 수급안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쌀라면을 먹겠다고 공언하는 등 정부가 해결에 앞장서고 있지만 똑 떨어지는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농민단체들은 북한에 쌀을 보내 재고량을 줄이자고 주장하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 남는 쌀, 동남아에는 지원하는데…

부족하던 쌀이 남아돌게 된 이유는 쌀 소비량 감소와 대풍작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쌀 산지에서는 재고가 많아 창고가 부족할 지경이다. 산지 쌀값도 하락세다. 15일 햅쌀의 산지값은 한 가마(80kg)에 15만2500원으로 지난해 14만6900원에 비해선 높지만 2007년의 16만1700원보다는 1만 원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484만 t이라는 기록적인 대풍작으로 잉여 쌀이 넘치고 있는데 올해도 풍년으로 460만 t 이상을 수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 따라 쌀시장 개방(관세화)을 하지 않는 대신 일정한 물량을 수입해야 한다. 올해 의무수입물량은 30만7000t으로 2005년에 비해 8만 t가량 늘어났다. 이에 따라 쌀 재고량은 지난해 총 69만 t에서 올해 약 81만6000t으로 늘었다.

정부는 쌀 소비 급감, 재고 증가, 가격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부터 쌀 공공비축물량 72만 t 가운데 10여만 t을 ‘동아시아 비상 쌀 비축사업’에 지원하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 대북 지원,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대북 식량지원을 놓고서도 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1995년 이후 총 265만 t의 쌀을 북한에 지원했으나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벼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농민단체들은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대북 식량지원을 중단한 것이 쌀 과잉을 부추겼다”며 대북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쌀 지원은 북한이 요구하면 남북 당국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북한이 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면서 북측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4일 “북한을 지원해야겠다는 의사 결정이 이뤄지면 쌀을 사서라도 보내줘야 하지만 (쌀이) 남으니까 보내 주라는 얘기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2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계식량계획(WFP)이 이 대통령과 외교통상부·통일부 장관 등에게 4차례나 대북 식량지원요청을 한 데 대해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25일 미국 자유아시아라디오방송 보도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재개를 검토하기 위해 실무대책반을 만들어 이미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공급 줄이고 소비 늘리는 묘안 없나

정부는 쌀 생산을 줄이기 위한 정책도 도입했으나 국내 농업 사정에 맞지 않아 포기하다시피 했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 1년 동안 휴경을 하면 보상해 주는 생산조정제 등을 도입했다. 그러나 좁은 땅에 쌀농사를 짓고 있는 대다수 농민은 휴경을 할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정부 정책이 아니어도 전국 논 넓이는 매년 약 1%씩 줄고 있다. 그러나 다수확 품종 보급 등 쌀 생산성이 높아져 경작지 감소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정부는 의무수입물량을 줄이고 남아도는 쌀을 수출하기 위해 쌀 관세화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단체 등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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