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시도하다 체포돼 단천市에 구금
7월까지 남측 가족들에 소식 알려와
‘생사확인 불가’ 납북 안승운 목사도
1997년께 평양 예배 동영상 공개돼
이번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남측이 생사확인을 신청한 납북자 12명 중 유일하게 북한에서 ‘생사여부-연락두절’ 통보를 받은 납북자는 1975년 8월 동해에서 납북된 천왕호 선원 허정수 씨(56)로 밝혀졌다. 그러나 허 씨는 최근까지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남측의 가족에게 소식을 알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사망이나 확인 불가능이 아닌 ‘연락두절’을 통보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생존해 있는 것이 분명한 납북자의 행방을 알 수 없다며 무책임한 통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허 씨는 탈북을 시도하다 현재 거주지인 함경남도 단천시 직절동에서 인민보안성(경찰)에 체포돼 구금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씨 가족은 이번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서라도 허 씨를 만나기 위해 상봉 신청을 했다. 동생 용근 씨(53)는 “가족들이 연락해 왔기 때문에 북측이 죽었다거나 생사확인이 안 된다고는 하지 못할 줄 알았다”며 허탈해했다. 최 대표는 “허 씨가 탈북을 시도하다 북한 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 대표는 북한이 ‘생사여부-확인 불가능’이라고 통보한 안승운 목사(65)가 1997년경 평양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예배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입수해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안 목사는 1995년 중국 옌지(延吉)에서 탈북자들을 돕다 납북됐다.
최 대표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안 목사가 봉수교회 예배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고 눈을 감은 채 찬송가를 부르다 괴로운 듯 눈물을 닦는 모습이 잡혔다. 특히 참석자들과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을 부를 때 고개를 떨어뜨리고 괴로운 눈빛을 드러냈다. 안 목사는 ‘민족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무표정하게 마친 뒤 재빨리 자리로 돌아가 땀을 닦았다. 최 대표는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가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베트남전쟁 국군포로 추정자 1호로 인정된 안학수 하사에 대해서도 이번에 ‘생사-확인 불가능’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북한의 성의 없는 태도에 대해 정부가 분명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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