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가마꾼 어깨 생각하라는 어머니 말씀 되새길 것”

  • 입력 2009년 9월 29일 02시 58분


백성 고통 모르는 관리 질타한 정약용 글에서 유래

지난주 내내 국회 인사청문회로 표정이 어두웠던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기자들의 요청에 오른손을 들고 흔들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뒤 정부중앙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을 보좌하고 내각의 힘을 하나로 모아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경제 활성화, 국민통합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켜준 국회의원들께 감사드린다”며 “부족한 저를 성원해주신 국민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마를 타게 되면 가마꾼의 어깨를 먼저 생각하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되새기면서 열심히 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가마꾼에 대한 비유는 실학자 정약용이 쓴 한시 ‘가마꾼’에 나오는 내용. 가마를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가마꾼의 괴로움은 모르는 관리들의 도덕적 무감각을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 정 후보자의 어머니는 이 내용을 담은 편지를 정 후보자가 1970년대 미국에서 유학할 때 보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 임시로 마련된 정부중앙청사 창성동 별관의 사무실에 나와 임명동의안과 관련된 국회 동향 등을 보고 받았다. 점심 식사는 총리실 직원들과 같이 했다. 하루 종일 정 후보자의 표정은 평소처럼 담담했다고 총리실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최근 들어 청문회 자료 검토 등으로 수면시간이 줄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정 후보자의 부인 최선주 씨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편은 평소 총리 인준이 되지 않으면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인준이 되면 국가에 봉사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가족들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금 탈루와 병역기피 의혹 등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매우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최 씨는 “청문회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를 계기로 가족의 결속력은 더 강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29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제40대 국무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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