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감 벼르는 민주당
“鄭 혹독한 검증 계속될 것”
재보선 겨냥해 공세 날 세워
○ 여권의 ‘정운찬 역할론’
중도실용노선 선봉장 기대
일각선 “MB 발목 잡을수도”
28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 앞. 정의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이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심사경과 보고를 하는 동안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 15명은 ‘인준 찬성은 양심을 팔아넘기는 것’이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표결이 시작되자 일부 선진당 의원이 투표함 입구를 손으로 막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과 선진당 의원들은 집단 퇴장했다. 7월 미디어관계법 처리 때와 같은 거친 몸싸움은 없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과반 의석을 앞세워 총리 인준에 성공했지만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아 여야 간 갈등은 계속될 것 같다.
○ 가속도 붙을 세종시 논란
정운찬 내각의 출범은 정국의 ‘뜨거운 감자’인 세종시 논란을 확산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는 야당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종시 사업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세종시로 옮겨갈 정부 부처의 고시를 서두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에 대한 정부의 결단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도 겉으로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 의견은 세종시 원안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23일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여권의 이 같은 기류와 맥이 닿아 있다. 당시 조사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에 찬성하는 의견은 12일 조사에 비해 11.9%포인트 낮아진 반면 교육·첨단산업도시로 기능을 변경하자는 의견은 10%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가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에 부정적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충청권 민심의 추이도 주목해야 한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이 같은 틈새를 노려 정 후보자를 겨냥한 파상 공세에 나서기로 했다.
○ ‘정운찬 국감’ 거쳐 재·보선으로
민주당은 추석 연휴 직후 예정된 국정감사(10월 5일∼24일)에서부터 정 후보자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비호 아래 인준안이 통과됐지만 정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혹독한 검증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당도 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다.
야당이 예고한 공세는 당장 10월 28일 재·보궐선거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친서민·중도실용 정책의 ‘상징’인 만큼 정 후보자에 대한 공세가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국감에서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서 그 결과가 선거에서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당장 지도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정운찬, 중도실용노선 전도사 될까
여권은 정 후보자를 이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도실용노선의 선봉장으로 내세워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정지지도를 10월 재·보선까지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정 후보자로서도 여권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물러설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야당의 향후 공세가 변수다. 총리가 야당의 집중적인 표적이 돼 국정 통합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경우 여권에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중도실용 정책의 완성을 위해 선택한 정운찬 카드가 오히려 당과 대통령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