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받은 李… 與 권력구도 논란 잠재울까

  • 입력 2009년 9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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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장관급 국민권익위원장 내정… 어제 한나라 탈당계 제출

입각-10월 재선거 불발… 내년 2월 조기전대도 어려워
총선낙선후 야인생활 접어… 임기 3년 채울지는 미지수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된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9일 탈당계를 냈다. 일반 장관은 당적을 보유할 수 있지만 국민권익위원회법에 당적 보유 금지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정부 위원회의 장으로 의외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히지만 2007년 대선을 앞둔 11월 8일 당 내분의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뒤 ‘유랑’과 ‘야인’ 생활을 반복해 왔다.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다 올 3월 28일 귀국했으나 9월 조기전당대회가 무산되면서 당으로 복귀할 수 없었다. 또 10월 재·보궐선거에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이 포함되지 않아 원내 진출 기회도 얻지 못했다. 한때 입각설이 나돌았지만 이른바 ‘실세’라는 점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해 내각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런 그가 공직자 부패방지와 국민 고충 처리 등을 핵심 업무로 하는 권익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는 한나라당 내 권력지형과 맞물려 논란이 돼 왔다. 그동안 친이(친이명박)계 일각에선 내부적으로 내년 2월 조기 전대 개최를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이 이날 권익위원장을 맡고 탈당계까지 제출함에 따라 그의 ‘당 복귀’ 등과 연동된 내년 2월 조기 전대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거꾸로 2월 조기 전대의 동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이 전 최고위원이 정부직을 맡게 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하튼 친박(친박근혜)계는 이 전 최고위원의 권익위원장 내정을 계기로 조기 전대 논란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의원은 “아무 이유 없이 조기 전대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집권당은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정몽준 대표 체제가 내년 7월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기 전대를 통한 친이계와 친박계의 정면승부가 미뤄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마음의 빚을 해소하면서 공직기강 확립과 부패 방지라는 정권의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를 기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동안 당내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던 탓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국민의 고충을 처리하는 해결사 역할을 맡긴 것 아니냐. 국민에게 점수를 따고 이미지를 개선하라는 대통령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권익위원회는 국가청렴위원회(옛 부패방지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등 3개 기관을 합쳐 지난해 초 출범한 조직으로 본인이 하기에 따라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내년에 은평을 재선거 가능성, 지방선거, 전당대회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임기 3년의 권익위원장 자리를 맡을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분간 정부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여의도로의 권토중래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진수희 의원은 “내정 발표 후 이 전 최고위원이 ‘대통령이 고심해서 부르셨으니 가야지’라고 하더라. 어느 자리에서든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30일 임명장을 받은 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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