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11명 귀순, 남북관계 어떤 영향 미칠까

  • 입력 2009년 10월 2일 02시 59분


北, 대남 유화 제스처엔 변화 없을듯
“황강댐 참사 이어 또 악재”
당국, 北, 태도에 촉각, 송환 요구땐 관계 나빠질수도

1일 북한 주민 11명의 동해 귀순은 올해 하반기 들어 회복 기조에 있는 남북관계 속에서 9월 6일 황강댐 방류 사건에 이은 또 하나의 ‘돌발변수’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미묘한 시점에 이번 사건이 터지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 당국자들이 황강댐 무단 방류 사건으로 남한 내 반북(反北)여론이 고조될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다”며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사태의 전개 방향을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게 정부 소식통의 전언이지만 조만간 군과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의 합동심문을 통해 이들의 귀순 동기와 방법 등이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11명 전원이 귀순 의사를 명확하게 밝힐 경우 이들은 일반적인 탈북자로 취급돼 국적 취득 등 국내 정착 절차를 밟게 된다.

한 당국자는 “과거 북한은 귀순이 분명한 사건에 대해서는 송환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2월 북한 주민 22명이 배를 타고 서해상을 표류해 남측 당국에 인계됐을 때에는 ‘단순 조난’이라며 남측에 송환을 요구했고, 판문점을 통해 인계된 이들이 이후 모두 처형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만일 북한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선박 고장에 의한 사고’ 또는 ‘죄인들의 의도적인 탈출’ 등으로 규정하고 남측에 즉각적인 송환을 요구할 경우 남북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은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 출범을 며칠 앞두고 발생한 북한 주민 22명의 서해 월남 사건 당시 정부는 남북관계의 경색을 우려해 주민들의 자유의사를 묻지 않고 송환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현 정부가 주민들의 의사만을 존중해 판단할 경우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사건을 이유로 올해 6월 말 이후 계속돼 온 대남 유화 제스처를 거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8월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추석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교류협력 5개항에 합의했다. 여기에 포함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순조롭게 끝나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관계를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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