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일-원자바오 면담 전문가 진단

  • 입력 2009년 10월 6일 11시 39분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5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만나 북핵 문제와 관련, "우리는 (이미) 조미(북미) 회담결과를 보고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를 표명하였다"며 "다자회담에는 6자회담도 포함돼 있다"고 말한 데 대해 `긍정'과 `부정'의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일부 전문가는 `6자회담 조건부 복귀'를 표명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 중국의 체면 살리기용으로서 예상만큼 그리 획기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한 반면 다른 일부에서는 북한이 `절대 다시는 참여하지 않겠다'던 6자회담 참가문제를 언급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북-중 관계와 관련해서는 이번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이 중국에 있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북한으로서는 핵실험뒤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을 뚫고 중국의 경제지원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부각됐으며, 향후 김 위원장의 안정적 후계구도까지 내다봤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북미회담 결과를 보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한다는 발언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살려준 것이다. 그 내용상 원론적 얘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6자회담을 해도 거기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형식적인 기구로서 북미회담 결과를 추인하는 성격을 지닌다는 의미다. 이번에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으로 뭔가 획기적인 것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그리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6자회담을 할지 안 할지도 미국과 얘기한 뒤 북한의 만족도에 달려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북중관계 측면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원자바오 총리 방북을 통해 북한을 어떤 식으로든 자기편에 묶어놓을 필요가 있다. 북한도 이번에 북중 국경을 가로지르는 압록강 교량을 새로 건설하는 선물을 중국에 줌으로써 중국을 달랬다. 압록강 교량 건설은 중국이 비용을 대겠다고 했지만 북한이 그간 거부해 오던 것이며, 중국으로서는 북중 경제교류에 필요한 사업으로서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핵문제에 있어서는 새로운 양보를 하지 않은 채 미국과 상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 원 총리의 방북을 결산해보면 기본적으로 북중 수교 60년의 의미를 다지면서 북중간 전면 교류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평가된다. 그렇지만 중국으로서는 핵문제에 있어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그리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중국의 한계와 의지 부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과 핵 비확산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려면 좀 더 적극적인 정치.외교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북한에 뭔가 선물을 주고 달랜다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다. 우리 정부도 미국을 상대로 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그랜드 바겐을 제안했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주변국들과 사전에 심도?

獵?조율을 하고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 김 위원장의 발언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며, 중국측에서 강력하게 6자회담 복귀를 얘기했을 것이다. 이번에 원자바오 총리가 대북 경제지원을 약속했고, 중국 입장에서는 6자회담을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한 가치이므로 대북 설득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이전에 '6자회담은 끝난 것이다'고 선언한 바 있는 만큼 북미회담 결과를 보고 참가를 하겠다는 조건부 발언을 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보다 북미회담이 더욱 중요한 만큼 북미회담을 하는 조건으로 6자회담에

참여하겠다고 얘기한 것이고, 미국과 중국 입장에서는 6자회담을 해야 북미회담을 하겠다는 조건이었던 만큼 서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본다.

중국도 북미회담에 대해 6자회담을 이끌어가는 조건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북중관계 측면에서는 시차는 있었지만 중국이 대북 경제지원이나 아니면 압박을 통해서 6자회담을 이끌어내는 연장 선상에 놓여있다. 다만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이라는 도발적 행위를 한 이상 예전처럼 중국이 즉각 나서 설득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압박을 가해 북한을 이끌어냈다. 이번에 북중간의 만남이 4개월 이상 걸린 것도 중국이 강경 대응하다가 경제지원을 통해 6자회담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관리하는 기본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북한과의 관계는 계속 지속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번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미, 6자회담이 진행된다면 결국 중국의 역할을 통해 북핵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며, 중국은 중국대로 그 영향력을 재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된다. 또 북한은 북한대로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북미회담을 재개하는 명분을 찾은 것이다. 대외적으로도 북중관계가 예전과 달리 북한 핵실험뒤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했다. 기존 포용정책이 아니다"는 얘기들이 나왔는데 북중관계는 기존관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대외에 과시한 셈이 됐다.

그렇다고 북중 사이가 이전 혈맹관계처럼 긴밀한 관계는 아니다.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양국간 이해관계에 따른 타협의 산물이며, 북한의 원자바오 총리에 대한 융숭한 대접은 과장된 모습이다. 이전에는 총리가 온다고 해서 김정일 위원장이 이처럼 '오버' 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북중간 소원한 관계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 =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은 북미 양자구도에서 중재자인 중국에 줄 수 있는 최대치를 준 것이다.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대화 언급은 지난달 다이빙궈 국무위원 방북시 언급에서 크게 벗어난 건 아니지만 북미 양자대화 외에 6자회담 참여가 가능하다고 처음 언급해 북핵 문제가 대화 국면으로 가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문제는 회담의 형식보다 내용이다. 비핵화 원칙과 동결, 불능화에 합의한 기존 6자회담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 의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는 미국 입장에선 회담 참여만으로는 부족하고 9.19나 2.13 등 ?

藍퓨聆戮?존중 의사가 중요할 수 있다.

북중 간에 이뤄진 여러 합의와 이것이 주는 메시지도 중요하다.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과 북한의 우호관계를 대대손손 계승하자고 했는데, 이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 합의서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정치적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김정일 체제를 포함해 향후 후계구도, 권력승계 과정까지 북한을 지지함으로써 북한의 정치적 안정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의 대북전략은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비핵화 뿐만 아니라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국제사회에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실효성 측면에서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이 전면적 발전이라고 볼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협력에 합의했고 곧 이행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중국의 이탈로 인해 그 필요성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또 북한은 양자 또는 다자회담 참여라는 모호한 입장에서 양자대화를 하고 이어서 다자회담에 참여한다는 것을 밝혀 회담 수순이 보다 명확해졌다. 양자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징검다리, 계기를 마련했다. 회담 형식과 관련한 논의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우리나라나 미국은 대북전략에서 급변사태 논의보다는 협력을 통한 점진적 변화 전략을 선택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고 의미가 있다. 은연중에 북한의 급변사태를 기대하면서 압박을 통한 굴복을 강요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협력과 협상을 통한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전략적 기조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단서를 붙였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6자회담을 공식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가겠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또 북한이 양자대화의 조기 개최를 미국에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미국에 공을 던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양자대화에 얼마나 적극 참여하는지 보겠다, 거기서 성과가 나와야 한다'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북미 양자대화는 조기에 개최될 수 있다. 10월 내 개최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6자회담도 늦어도 11월 안에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다자회담이라는 표현을 또 썼는데, 남.북한, 미, 중의 4자회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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