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8일 공무원노조의 불법 활동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이달곤 행안부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노조가 해임·파면된 공무원에게 3년간 275억 원을 혈세로 지급하고 간부로 기용하는 불법 행위를 묵인 방조한 행안부와 노동부 관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며 “장차관은 스스로 사퇴하라”고 말했다.
노동부의 경우 공무원노조 문제가 불거진 이후 임태희 장관이 취임했고 노동부 정종수 차관 경질을 이미 요청했기 때문에 안 원내대표가 이날 사퇴를 촉구한 대상은 행안부 이달곤 장관과 정창섭 제1차관인 셈이다. 한 원내부대표는 “공무원노조의 불법 행위를 방조하고 민주노총 가입 등 사태 확산을 막지 못한 데는 행안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고 당 차원에서 이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의 책임론을 공식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 장관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부담을 느껴왔지만 행안부가 공무원노조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사실상 수수방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날 정면으로 문제를 삼았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국감에서 공무원노조 문제를 지적받고도 행안부가 감사를 하지 않은 점과 공무원 노조원들이 불법 정치활동에 가담했는데도 징계를 하지 않은 점 등은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투표 당시 행안부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 보고해 대응 시기를 놓친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이명박 대통령도 행안부의 판단 착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안 원내대표는 전날 “노조의 불법 활동을 묵인해온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도 “지자체에 대한 국가의 교부금 지원에도 불이익을 줘야 한다. 감사원도 이 같은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즉각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당무회의에서 “공무원노조는 단체행동권이 없는데 민주노총에 가입하게 되면 행동력이 강한 민주노총이 단체행동을 할 때 결국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공무원노조가 직접 단체행동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민주노총이 단체행동을 대신할 경우 결과적으로 단체활동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과 관련해 “선거 관리는 엄정한 중립이 필요한 업무인데 편향된 정치의식을 갖고 선거관리를 한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사무가 제대로 되겠느냐”며 “적절한 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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