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7개월 만에 장관급 자리에 올랐다. 그의 권익위원장 취임을 두고 세간에선 ‘2인자의 귀환’이라고 표현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정부조직 개편에서 기존 국가청렴위와 국민고충처리위, 행정심판위를 통합한 조직으로 부패방지와 민원해결이 핵심 업무다. 권익위 안팎에선 “실세 위원장의 취임으로 권익위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이 위원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부패가 경제를 살리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운을 뗐다. 한국은 지금까지 세계 10위권의 경제 국가를 이뤘지만 한 단계 도약하려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쟁국에 비해 자원, 국토면적, 인구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반부패·청렴 정책을 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선봉에는 공직자가 서야 하고 그가 추진하는 고위 공무원에 대한 청렴도 평가도 이와 같은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 공무원은 우수하다. 그런데 오랜 관료화로 인해 부정부패가 생긴다. 때가 묻은 것을 좀 걷어 내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익위의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서 생길 수 있는 국무총리실, 감사원, 검경 등과의 업무 마찰 우려에 대해 “권익위 업무는 부패를 예방하자는 것이고 다른 기관들은 (범죄 행위를) 조사해서 사법처리하는 것”이라며 “매일 처벌만 하면 경직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1일 1현장 방문’을 두고 “총리급 행보가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나를 권익위원장이 아니라 아직도 정치인 이재오로 보고 있다. 지금은 정치인이 아니라 권익위원장이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일부 정치문제에 대한 질문에 애써 답변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는 한나라당 내부 갈등에 대해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과 친서민으로 국정의 기조를 잡으면서 내부에서 철학을 공유하게 됐다. 개인 간의 편차는 해소됐다. 오로지 일로 매진하는 것만 남았다. 이제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은 구별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개헌 문제에서도 개인적인 견해라고 전제한 뒤 “국가 경쟁력의 하나다. 정부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 시대 흐름에 맞게 정리해야 한다. 권력분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에 대해 “북한이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정부를 상대했던 것처럼 새로 바뀐 정부가 그대로 따라가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과거 정부와 다른) 새로운 의지와 철학이 있다. 북한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정운찬 국무총리에 대해 “내가 모시고 있는 직속상관이다. 모든 업무도 총리의 방침에 따른다”고 말했다. ‘정권의 2인자’라는 세평에 대해서도 “2인자는 총리”라며 “나는 20위권에도 못 들 것”이라고 답했다. 이 위원장을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의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과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권노갑 전 의원과 비교하는 것에도 “성격도 시대도 다르다. 대통령의 생각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총리가 방안을 내서 국민들이 납득하는 선에서 정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매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서 서대문구 미근동 권익위 청사까지 8km 거리를 자전거로 출근한다. 퇴근은 지하철을 이용한다. 그는 “자전거를 타면 세상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 어려운 사람 등 서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승용차를 타면 세상을 볼 수 없다. 자신만 보고 자기 혼자 생각에 빠진다”며 ‘자전거 예찬론’을 폈다.
그는 “(위원장 취임 이후) 공직자라는 큰 틀 속에는 나름대로 무언의 규범이 있어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하다”면서도 “자리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정의로운 국가를 만든다는 과거의 꿈을 실천할 수 있는 자리에 있게 돼 행복하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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