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때 와인 물리고 막걸리로 건배
하토야마에 ‘우애’ 상징 목련칠보 선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9일 오전 양국 정상의 부인은 함께 김치를 담그고 우애를 다지는 내조외교를 펼쳤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부인 미유키(幸) 여사는 청와대에 도착해 먼저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붉은색과 파란색 장미로 만든 태극 문양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양국 정상 부인은 정상회담이 시작되자 별도로 환담을 나눈 뒤 서울 종로구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방문해 김치를 담그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미유키 여사는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앞치마를 입고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했다. 미유키 여사는 김 여사가 절인 배추에 양념을 싸서 직접 입에 넣어주자 한국말로 “밥도 주세요”라고 미소 지으며 말하는 등 한류 팬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양국 정상 부인은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청와대 상춘재로 돌아와 오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 내외는 선물을 교환하며 우애와 신뢰를 다졌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총리에게 목련을 한국 전통 칠보로 표현한 목련칠보액자를 선물했다. 목련은 하토야마 총리가 청와대 방명록에 쓴 좌우명 ‘우애(友愛)’를 상징한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미유키 여사에게는 일본어로 된 한식 요리책과 국내 유명 도자공예가가 만든 백자칠보문이중투각호를 전달했다. 또 여든이 넘은 나이에 한국어를 배우는 하토야마 총리의 모친에겐 한글이 새겨진 커피잔 세트를 선물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 대통령 내외에게 수공예품 전통 그릇 세트와 은수저를 각각 전달했다.
양국 정상 내외는 오찬에서 가족을 주제로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미유키 여사가 “한국 드라마를 보면 (한국인들은) 가족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김 여사는 “부모와 자녀가 항상 대화하고 마주하는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식으로 준비한 이날 오찬의 건배주로는 자색 고구마 막걸리가 제공됐다. 오찬 중 와인이 나오자 하토야마 총리 내외는 “막걸리로 계속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최근 일본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행사를 거론하며 “아내가 젊지는 않지만 축제에 참가해 상당히 좋은 경험을 했다며 흥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것이 바로 문화 교류”라며 “(미유키) 여사도 1년은 걸려야 할 문화 교류를 3주 만에 한 것 같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하토야마 총리 부부는 오찬이 끝난 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안내로 인사동 길을 산책하며 시민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넥타이 등 기념품을 구입한 뒤 중국으로 출국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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