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병무청이 군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취직시험 때 가산점을 주는 군복무 가산점제 부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여성계가 반발하는 등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군복무 가산점제는 헌법재판소가 1999년 12월 공무원 채용시험 등에서 군필자에게 3∼5%의 가산점을 주도록 한 옛 제대군인지원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폐지된 바 있다.
당시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사람은 이석연 법제처장(사진)이었다. 그러나 이 처장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군복무 가산점제 부활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은 양성평등(11조), 직업선택의 자유(15조), 공무담임권(25조) 외에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39조 2항)도 적시하고 있다”며 “시대가 바뀐 만큼 사회상을 투영하는 헌법에 대한 해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시절인 1999년 10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장애인과 여성 6명을 대리해 헌재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소수점 이하로 당락이 갈리는 공무원시험에서 군필자에게 최고 5%의 가산점을 주는 것은 장애인과 여성의 공직 진출을 가로막는 것으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취지였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9명)의 일치된 의견으로 “병역의무 이행을 특별한 희생으로 보고 보상하는 법률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처장은 “남녀평등이 정착되지 못했던 10년 전 헌재 결정은 대단히 평가받을 일이었다”면서도 “당시 결정문에 헌법 39조 2항에 대한 고찰이나 대안 주문을 적지 않은 것이 아쉬웠고 언젠가는 새로운 논란을 야기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요즘엔 대학 강연 등에서 군복무로 취업이나 학업에 역차별을 받는다는 남학생들의 하소연을 접할 때가 많다”며 “양성평등과 병역의무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 등 다양한 헌법적 가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열린 자세로 대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 대안에 대해서는 “가산 비율을 적정 범위 내로 한정한다거나 자원 복무한 여성에게도 가산점을 주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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