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체질 여당 의원 때문에….”
정정길 대통령실장(사진)은 9일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장으로서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지난해 10월 경제위기 때 무척 어려웠다”며 이같이 회고했다. 정 실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올 3∼4월에 큰일이 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며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를 촉진해야 일자리를 만들 텐데 예산, 법안이 여당 내에서도 체제가 잡히지 않아 야당 체질의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를 공격하기도 하고 중구난방이었다. 내가 초선 의원을 100여 명 가까이 만나 설득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쌍용차 분규 사태 때도 힘들었다”며 “매일 가슴 졸이는 시간이었고 사고가 안 일어난 게 큰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사실 대통령과는 나이도 같고, 친구이기도 하지만 호되게 혼난 적이 있다. 지난해 KBS 사장 선임 때 민감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임에 갔다가 구설에 올랐을 때 처신을 신중히 하지 않았다고 호된 꾸중을 들었다. 지난해 행정관 성 접대사건 때도 직원 단속을 제대로 안 했다고 크게 꾸중을 들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와 관련해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원칙론을 피력한 것으로 알고 있고 정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정부는 불합리한 노사문화와 관행, 제도를 개선해 법과 원칙에 입각한 자율과 책임의 노사관계가 구축되도록 할 것이며 특히 올 하반기에는 이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정책실장 신설로 역할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대통령실장이 정책업무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정책실장이 정책업무를 통할 조정하면서 정책을 한 번 더 거르는 역할을 함으로써 대통령실장에게 집중된 업무부담은 줄이면서 정책의 질과 효과, 효율성까지 더 높이자는 취지에서 직제개편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정운찬 국무총리,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의 인연을 묻자 “정 총리는 서울대에서 같은 사회과학분야 교수를 했다. 내가 2003년 울산대 총장에 취임할 때 정 총리가 서울대 총장 자격으로 축사도 해줬다. 정 대표는 내가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시절에 공개과정 특강강사로 초빙한 적이 있다. 이후 울산대 총장으로 5년간 재직할 때 정 대표가 이사장으로서 총장에게 자율권을 부여해줬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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