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희천속도로 강성대국 비약 이룩하자”

■ 선동구호 넘치는 北 경제재건 현장
100일전투 독려 그림도 등장
‘어려운 경제’ 절박함 드러내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달 26일자 2면에 ‘희천속도’라는 낯선 제목을 단 기사와 함께 큼지막한 건설현장 사진을 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17일경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방문해 언급한 ‘희천속도’라는 구호를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력사적인 150일 전투가 승리적으로 결속(마무리)된 뜻 깊은 9월의 그날, 희천발전소 건설장을 또다시 찾으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불과 5개월 동안에 5년이 걸릴 방대한 작업량을 해제낀 건설자들의 영웅적 투쟁모습을 보시면서 이것이 바로 ‘희천속도’라고 뜨겁게 말씀하시였다.”(기사의 일부)

발전소 건설현장을 찍은 사진의 왼쪽 하단에는 ‘새로운 희천속도로 대고조의 열풍을’이라는 제목의 대형 구호판에 ‘하루 2000m³ 콘크리트 작업의 높은 목표를 향하여 맹렬한 공격전을 펼치고 있는 부대 안의 전투원들과 3월 25일 청년돌격대 전투원들을 열렬히 축하!’라는 선전문구가 적혀 있었다.

최근 북한 경제 현장의 곳곳에 주민들의 노동력을 최대한 동원하려는 각종 구호가 넘쳐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나온 ‘희천속도’는 김 위원장의 정의대로 ‘평상시 1년 동안 할 일을 1개월에 끝내는 빠른 노동 속도’라고 풀이할 수 있다. 노동신문은 “천만군민이여, ‘희천속도’로 100일 전투의 승리를 안아오자”라고 선동했다.

또 다른 대표적 구호는 지난해 신년 공동사설에 나왔던 ‘비약(飛躍)’. 북한 당국의 경제 재건 의지를 선전하는 구호로 여기저기에서 이용되고 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거리 곳곳에서 ‘대혁신’ ‘대비약’ 등 선전 구호를 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24일 평양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제5차 가을철 국제상품전람회에서는 한 중국계 상용차 회사가 ‘비약하는 평화’라는 제목을 단 붉은 팸플릿을 배포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큰 도약을 한다는 뜻의 이 구호는 김일성 출생 100년, 김정일 출생 70년이 되는 2012년까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야 한다’는 북한 지도부의 절박함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노동신문은 노동당 창당 64주년인 10일자 사설을 통해 김 위원장을 찬양하면서 “강성대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끊임없는 비약의 폭풍을 일으켜 나가야 한다”며 “모든 부문에서 최고 생산연도 수준을 돌파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자”고 선동했다.

‘150일 전투’에 이어 지난달 말 시작된 ‘100일 전투’를 독려하는 선전화(畵)도 등장했다. 조선노동당출판사가 만든 선전화는 ‘모두 다 100일 전투에로’ ‘100일 전투를 힘 있게 벌려 올해 전투를 빛나게 결속하자’ 등의 구호를 담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북한 지도부가 2012년까지 인민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경제에 ‘올인(다걸기)’한 듯하다”며 “이는 미국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미 관계가 곧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의 ‘구호 정치’는 경제 회복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