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형 국책사업 우선순위 따지고 완급 조절해야

  • 입력 2009년 10월 14일 02시 57분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급증하는 국가채무를 한목소리로 걱정했다. 국가채무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크게 늘어나 2007년 299조 원에서 올해 366조 원, 내년 407조 원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채무를 정부의 확정채무 위주로 좁게 해석하지만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사실상 정부 부담이 되는 공기업 부채 등을 포함해 1439조 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여건이 나빠진 건 불가피했다. 문제는 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빚을 내가며 대형 사업을 한꺼번에 벌이는 것이다. 소득이 적은 가정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마구 쓰는 격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22조 원 규모이고 취업 후 학자금상환 사업에는 매년 11조 원이 들어간다. 보금자리주택엔 3년간 27조 원이 소요된다. 노무현 정부가 떠넘긴 세종시 건설사업(22조5000억 원)과 10개 혁신도시 사업(11조5500억 원)도 있다. 이들 5개 사업에만 총 120조 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재원 조달이 어려워지자 토지주택공사와 수자원공사가 빚을 내 사업에 참여토록 했다. 결국 국민 빚이다. 정부는 이들 부채 이자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메워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가채무가 늘어도 국내총생산(GDP)의 40% 선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전망치는 3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75%보다 낮아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악의 경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국 화폐를 찍어 쓸 수 있는 미국 일본과 다르기 때문에 재정을 더 건전하게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급속한 고령화와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갑작스러운 재정 소요 가능성을 감안해 국가채무를 GDP의 30% 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재원 조달계획도 함께 마련해야 옳다. 미국은 국책사업을 새로 벌일 때 다른 사업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는 ‘페이 고(Pay-Go)’ 원칙을 1990년대부터 시행해 재정적자 감축 효과를 거뒀다. 우리도 재정이 부족하면 우선순위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4대강 사업을 반드시 현 정부 임기 내에 마무리할 필요가 있는지도 심사숙고해볼 일이다. 복지사업은 한번 시행하면 폐지하기 어렵고, 갈수록 재정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정부가 명심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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