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여건이 나빠진 건 불가피했다. 문제는 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빚을 내가며 대형 사업을 한꺼번에 벌이는 것이다. 소득이 적은 가정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마구 쓰는 격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22조 원 규모이고 취업 후 학자금상환 사업에는 매년 11조 원이 들어간다. 보금자리주택엔 3년간 27조 원이 소요된다. 노무현 정부가 떠넘긴 세종시 건설사업(22조5000억 원)과 10개 혁신도시 사업(11조5500억 원)도 있다. 이들 5개 사업에만 총 120조 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재원 조달이 어려워지자 토지주택공사와 수자원공사가 빚을 내 사업에 참여토록 했다. 결국 국민 빚이다. 정부는 이들 부채 이자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메워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가채무가 늘어도 국내총생산(GDP)의 40% 선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전망치는 3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75%보다 낮아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악의 경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국 화폐를 찍어 쓸 수 있는 미국 일본과 다르기 때문에 재정을 더 건전하게 유지해야 한다. 우리는 급속한 고령화와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갑작스러운 재정 소요 가능성을 감안해 국가채무를 GDP의 30% 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재원 조달계획도 함께 마련해야 옳다. 미국은 국책사업을 새로 벌일 때 다른 사업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는 ‘페이 고(Pay-Go)’ 원칙을 1990년대부터 시행해 재정적자 감축 효과를 거뒀다. 우리도 재정이 부족하면 우선순위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4대강 사업을 반드시 현 정부 임기 내에 마무리할 필요가 있는지도 심사숙고해볼 일이다. 복지사업은 한번 시행하면 폐지하기 어렵고, 갈수록 재정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정부가 명심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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