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대학들
KAIST “용지 4배 늘릴 것”… 서울대 “단과대 이전 불가”
요동치는 정치권
野 “정기국회 어려워질 것”… 與 “야당이 논의조차 거부”
세종시 원안 수정에 나서는 여권의 움직임이 표면화하면서 정치권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여권은 충청권 민심의 추이를 의식해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올해 안에 원안 변경을 매듭짓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세종시에 옮겨갈 계획인 대학 연구소 등도 세종시 사업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업 방향이 바뀔 경우 그동안 준비했던 밑그림을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 여야 갈등 격화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14일 한나라당의 세종시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 “(청와대와) 문제 인식은 같다”며 “이번 개정 시도는 관련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야당에서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충북 음성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여당이 치고 빠지는 식의 세종시 백지화 음모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법 자체를 바꾸려 한다면 정기국회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제작·감독하고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정운찬 국무총리가 주연,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조연을 맡은 국민 기만극이 10월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개봉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 고려대 KAIST “계획대로 추진하지만 상황 보겠다”
세종시에 세종캠퍼스를 건설할 예정인 고려대는 원안이 바뀌어도 예정된 건설 사업을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길경한 기획조정팀장은 “원안이 지나치게 많이 바뀐다면 세종캠퍼스 건설을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내부적으로는 세종캠퍼스 건설사업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KAIST 역시 계획대로 세종시에 과학기술전략정책대학원을 세우고 생명, 의료, 나노, 에너지 분야의 연구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KAIST 장순흥 교학부총장은 “세종시가 어떤 성격의 도시가 되느냐에 따라 중점적으로 진출할 분야가 달라질 것”이라며 “하지만 도시의 성격이 어떻게 되든 그에 맞도록 관련 교육 및 연구기관을 설립할 계획이고 이를 위해 매입 용지도 당초보다 4배 정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5년까지 3조5000억 원을 투입해 기초과학연구원과 초대형 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할 장소를 찾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추진지원단도 세종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편경범 추진지원단장은 “세종시가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로 적당하다”며 “용지 조성이 끝난 상태여서 (사업 계획이 확정되면) 당장이라도 세종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대 “단과대나 학과 이전은 어려워”
서울대는 세종시에 융합과학 관련 연구소나 학과를 신설할 수는 있지만 단과대나 학과의 이전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주종남 기획처장은 “단과대 등을 세종시로 옮기면 관악캠퍼스에 있는 연구소 등 시설을 활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전 비용도 크고, 한 캠퍼스 안에서 이뤄지는 인적 교류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태진 공대 학장도 “지난해 우주항공연구소, 융합과학 분야 연구소 등을 세종시에 신설하게 해달라는 의견을 냈지만 공대 이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공장이나 연구소를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그림도 완전히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다 저렇다 논평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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