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참사 벌써 한달… 北 유감표명 진정성 없어” 희생자 유족들 한숨만 “누구 마음대로 사과로 인정합니까. 우리는 북한의 유감 표명을 사과로 받아들인 적이 없어요. 남북관계를 개선할 목적에서 나온 북한 당국의 얘기를 사과로 받아주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14일 임진강 수해 방지를 위해 열린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 북한 당국자가 “임진강 사고로 남측에서 뜻하지 않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 유가족에게 이런 뜻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는 정부 발표에 참사 희생자인 이두현 씨(40)의 매제 조모 씨(40)의 목소리에는 착잡함이 묻어났다. 조 씨는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이다. 유감 표명도 너무 늦었고 사과문 한 장 없이 당국 간 회담에서 말로 유감을 전달한 것은 문제”라며 “유족들이 어떻게 정식 사과로 받아들이겠냐”고 반문했다. 북한의 유감 표명에 담긴 진정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유족도 있었다. 고 김대근 씨(40)의 매형 차기율 씨(49)는 “사고 당시에는 유감의 말 한마디도 없었던 북한이 이제 와 유감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며 “정부가 북한을 국제법적으로 추궁해서 더 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북측의 용어 사용과 우리 정부의 신속한 사과 인정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사고 당시 유족 측 공동대표를 맡았던 고 이경주 씨(39)의 육촌 형 이용주 씨(48)는 “‘사과’라는 표현도 안 쓰고 언론을 통해 유감을 전달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사과로 인정하기 전에) 통일부 직원이 유족들을 찾아 북측의 유감 표명을 전달하고 양해라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향후 댐 방류 시 사전통보를 약속한 것에도 유족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늦었지만 또 다른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다행”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전에도 수시로 무단방류를 한 북한의 말을 어떻게 믿느냐”며 “북이 약속을 안 지켜도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었다. 유족들은 이번 북측의 유감 표명을 계기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다시 한 번 느껴야 했다.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유족은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며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