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은 “불안”… 소통은 “안돼”… 시너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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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통합부처 12곳 출범 1년8개월… 현장 불만 들어보니
조직에 대한 긍지-소속감 수치상으로 떨어져
경제부처 통합효과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2월 말 12개 통합 부처가 출범했지만 이질적인 부처 간 통합으로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와 의사소통이 통합 전과 비교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처 통합의 성패는 조직 융합 노력과 인사 시스템의 재정비에 달린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사실은 행정안전부 행정진단센터가 12개 통합부처의 조직 융합 실태를 진단한 분석 결과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이 19일 입수한 424쪽짜리 대외비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한다.

○ 인사 불만과 의사소통 부족

통합 부처 직원들은 통합 이전보다 이후에 인사 및 승진의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국가청렴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이 합친 국민권익위원회가 대표적이었다. 청렴위 출신은 대국민 업무를 담당하는 고충위가 상대적으로 실적을 높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평가 시스템의 재정비를 요구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기획과 감사, 인사, 재무 등 핵심보직에서는 옛 과학기술부 출신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옛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통합된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인사 불만이 있었다. 정통부 출신들은 방송위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직급을 받았으며, 옛 정통부와 비교해 조직이 축소됨으로써 향후 승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방송위 출신들은 조직 통합 때 할당된 정원 규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통합을 전후로 한 의사 소통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국무총리실은 통합 이후 자율적 의사결정보다는 상사의 지시에 따른 업무수행이 강화되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국무총리실은 통합에 따른 시너지 창출에 대한 부정적 인식(35.6%)이 긍정적 인식(32.9%)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지식경제부에선 옛 재정경제부와 과학기술부 출신들이 1층 사무실에서 근무해 산업자원부 출신보다 소외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 국민권익위도 출신별로 건물과 층을 별도로 사용해 의사소통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행정진단센터가 6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부처별 부서간, 상하간, 동료간 의사소통은 평균 4.5점 안팎으로 나타났다. 지경부(5.0점)는 다른 부서보다 높았지만 권익위(3.9점)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부처 통합 이후 조직에 대한 긍지, 소속감, 장기근무 희망도 수치상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만 경제부처는 다른 부처보다 통합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재경부 금융정책 부문과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합한 금융위원회는 통합 이후에도 출신별로 이질성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조직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비슷했으며, 성과를 지향하는 분위기도 통합을 전후해 지속됐다.

○ 부처 개편에 영향 미칠까

행정진단센터는 부처 통합 2개월여 만인 지난해 4월부터 조직융합관리 진단을 시작했다. 이후 6개월 동안 부처별로 사전 인터뷰와 설문조사, 핵심그룹 심층인터뷰 등 3단계로 조사가 이뤄졌다.

조직 진단을 실시한 이유는 12개 부처의 조직 문화와 갈등, 비효율 요인을 제거하고 부처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였다. 민간기업의 합병 사례도 감안했다. 미국의 경영전략 컨설팅회사인 AT커니의 조사에 따르면 인수합병을 하는 민간기업은 합병 후 조직융합 과정에서 실패할 확률이 53%로 높았다. 미국과 국내 민간 부문에선 합병 후 인사제도 기준과 업무프로세스를 통합해 매출을 늘리고 직원들의 업무만족도를 높인 사례도 있다.

그러나 통합 부처의 이질감이 확인되고, 업무 수행에 있어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어떤 형태로든 조직 개편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재 국무총리실의 업무와 함께 여성부, 보건복지가족부 등의 업무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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