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무책임한 ‘사회책임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환경 등 ‘착한 기업’ 대신 술-담배 업종에 일부 투자

“술과 담배가 건강을 해롭게 하는 건 국민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아무리 수익률이 좋아도 사회책임투자 종목에 넣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사회적으로 ‘착한’ 일을 한 기업에 투자해야지요.”

20일 열린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는 ‘착한 기업’ 토론이 벌어졌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착한 기업에 투자하겠다’며 만든 사회책임투자펀드에 KT&G, 하이트홀딩스를 포함한 7개 술, 담배 회사가 들어 있다”며 “환경, 여성,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이 2006년 만든 사회책임투자펀드에는 KT&G, 하이트홀딩스 외에도 진로발효, 보해양조, 풍국주정, MH에탄올, 롯데칠성 같은 주류제조업체가 대거 들어 있다. 투자액은 사회책임투자펀드 운용기금 1조2300억 원 중 31억 원에 불과하지만, 사회책임투자펀드는 사회공헌이 많은 기업이나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기본 원칙인데 술이나 담배 회사가 과연 그런 원칙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이계융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수익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의 한 관계자는 “술, 담배, 도박 산업은 정부가 허가한 독과점 사업으로 수익이 안정적이고 배당률이 높다”며 “연금공단은 연금재정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술, 담배 산업에 속한 기업을 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사장 직무대행의 답변은 말 그대로 ‘면피용’인 셈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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