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에는 法… 여야 ‘세종시 법안’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민주, 이전부처 구체적 명시 법안 발의… 원안 이행 압박
한나라 일각 ‘행복’ 표현 삭제 추진… 지도부는 언급 자제


10·28 재·보궐선거가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세종시 문제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저항’이라는 날선 표현을 구사하며 대여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충청권 표심을 의식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세종시 원안 수정 여부에 대해 언급을 피하며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다음 주 세종시 원안 수정이 핵심인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어서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정국 대치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맞불 법안’ 발의, 야당 총공세 나서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20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은 대통령으로부터 버림받아 가고 있다”며 “행동하는 양심으로 저항하는 데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석현 의원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충청도민이 원하는 바에 달려 있다’는 수수께끼 같은 얘기를 했는데 이 정권이 하고자 하는 게 세종시 폐지인지 수정인지 아니면 원안대로인지 밝히고 심판 받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이날 ‘거짓말’ ‘비겁’ ‘기만과 우롱’이라는 강경한 표현을 쏟아냈다. 이 총재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국민 여론 운운하며 장막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한 포퓰리즘”이라며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어 보궐선거가 한창인 충북을 찾아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는 ‘MB(이명박) 탱크’가 몰려올 때 탱크에 깔리는 한이 있더라도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홍재형, 양승조, 노영민, 강기정 의원 등 10명은 충남 연기군 전체를 세종시에 포함시키고 세종시로 옮겨갈 정부기관에 국무총리실과 9부2처2청을 명시한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세종시설치법)안’을 19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3개의 유사 법안보다 세종시 관할 구역을 넓히고 국무총리실 등 세종시로 이전할 14개 중앙행정기관과 21개 소속 기관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부처 이전을 정부 고시가 아니라 법률로 강제하겠다는 의도다.

○ 조심스러운 한나라당 지도부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은 다음주 중 국회에 제출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 개정안 명칭을 대폭 수정하기로 했다. 현재 명칭인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부분을 삭제하는 대신 ‘녹색첨단복합도시’로 대체하기로 했다.

임 의원은 또 현행 법 1조에 명시된 ‘국가의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의 강화’라는 대목을 ‘녹색성장 촉진과 국가경쟁력 강화’로 바꾸기로 했다. 야당이 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임 의원 측은 “이번 개정안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신행정수도 구상을 이어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나라당 지도부는 세종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임 의원이 법 개정안 발의를 재·보선 이후로 미룬 것도 당 지도부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재·보선도 치러야 하고 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에서 야당과 부딪쳐야 하는 당으로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 장관은 “수도 분할이 수도 이전보다 더 나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우회적으로 세종시 원안 수정에 대한 여권의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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