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중국으로 탈출한 국군포로 가족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국군포로 A 씨의 딸과 외손자가 이미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다고 주장했다. 송환된 탈북자들은 대부분 정치범 수용소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의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탈북자에게 송환은 사지(死地)로 끌려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외교통상부와 중국 주재 공관은 그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가족 보호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태다.
2001년 탈출해 귀국한 국군포로 A 씨는 탈북자가족모임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북한 혈육을 중국으로 탈출시켰다. 중국은 10월 1일 건국 6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 전역에서 대대적인 탈북자 검문검색을 실시했다고 한다. 지난달 선양에서만 탈북자 수십 명이 체포돼 강제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국군포로 가족이 선양총영사관에 진입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하던 중 중국 공안에 발각돼 체포됐다”고 해명했지만 탈북자가족모임과 면밀한 협조체계를 갖추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2006년에도 남측 가족의 도움으로 탈북한 국군포로 가족 9명이 우리 공관의 보호 소홀로 중국 공안에 체포돼 송환된 적이 있다. 2004년에는 국군포로 한만택 씨가 탈북해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뒤 중국 공안에 체포돼 송환됐다. 정부는 그때마다 재발방지를 다짐했음에도 이번 사건이 터졌다. 마침 국정감사 기간인 만큼 국회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단단히 따져야 한다.
중국도 ‘탈북한 국군포로 및 납북자 가족에 대해서는 한국 국민으로 간주해 한국으로 보낸다’고 양해하고 있다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중국이 A 씨 가족을 아직 송환하지 않았다면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인도받아야 할 것이다.
북한에는 국군포로 560명이 생존해 있다. 우리는 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덕에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북한의 남침에 맞서 싸우다 포로가 된 국군포로들을 귀국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국군포로 가족들이 자유를 찾아 탈출할 경우에도 한국에 올 때까지 다른 어떤 탈북자보다도 정성을 들여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