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3개국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두 번째 방문국인 캄보디아로 이동해 ‘신(新)아시아 외교’의 외연을 넓혔다. 이 대통령은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을 예방해 약 30분간 환담을 나눈 뒤 훈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경제개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2000년 서울시장 재직 시절 캄보디아의 경제고문을 맡는 등 훈센 총리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는 3억800만 달러로 1997년 재수교 당시보다 6배가량 증가했으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캄보디아 투자도 24억8000만 달러로 75배 늘었다.
1시간가량의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캄보디아의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해 캄보디아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포괄적인 컨설팅을 할 계획이다. 캄보디아 정부의 발전 마스터플랜 수립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에 코피아(KOPIA), 즉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2010년 말 개장 예정인 증권거래소 설립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훈센 총리는 “한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관계를 맺고 싶다”고 즉석에서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대통령은 캄보디아 방문 한국인에 대한 상용비자 기간(1개월)을 늘려 달라고 제안했고 훈센 총리는 “한국대사관이 추천하는 사람에 한해 비자 기간을 1년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훈센 총리는 “한국으로 시집간 캄보디아 여성을 딸처럼 잘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 또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TV로 봤다. 한반도 비핵화를 적극 지지한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나라는 앙코르와트 유적지가 있는 시엠리아프 우회도로 포장사업 등에 총 1605만 달러를 무상지원하기로 했다. 또 2012년까지 캄보디아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2억 달러를 유상 지원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캄보디아에 제주도 면적의 1.1배에 달하는 20만 ha의 조림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 3월 이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 당시 70만 ha의 조림지를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에 캄보디아에서 20만 ha를 추가 확보함에 따라 2050년까지 해외조림지 100만 ha를 확보하겠다는 목표의 90%를 달성한 셈이다.
캄보디아의 철 금 보크사이트(철반석) 석회석 인광석 등 광물자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지질연구원과 캄보디아 광물자원청은 광물자원 공동연구 및 기술정보교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정상은 양국 법에 의해 최소 2년 이상의 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죄를 범한 사람을 상호 인도하는 내용의 범죄인 인도협정에도 서명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한-캄보디아 경제인들과의 오찬 연설에서 “농업분야 협력, 산림분야 협력, 지식서비스산업 분야 협력, 인프라 구축 협력 등 한-캄보디아 간 ‘4각 협력’ 방안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캄보디아 문화 유적지를 시찰하고 베트남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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