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미국 워싱턴 메이플라워호텔. 미국평화연구소(USIP)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연설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사진)은 “북한과 이란의 핵 야망을 저지하는 것은 핵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결정적 요소”라고 힘주어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내외신 기자 등 5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1시간 동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구현하고자 하는 ‘핵 없는 세상’의 비전을 상세히 소개했다.
연설을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단호하다 못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철한 현실인식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장관은 연설 중간에 북한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잠시 호흡을 멈춘 뒤 한 문장 한 문장을 또박또박 끊어서 명료하고 힘 있는 어조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현재의 대북 제재는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핵을 가진 북한과는 결코 관계 정상화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지도부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 제재를 철회하고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착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북한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양자대화를 하겠지만 단순히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사일 발사, 핵실험을 통한 위협 고조의 국면을 지나 대화 복귀 의사를 표명한 것만으로 보상을 받았던 전례를 깨겠다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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