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 ‘남북 정상회담 비밀접촉설’ 걱정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3일 17시 00분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위해 비밀접촉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북 협상 파트너의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구체적입니다. 북한측 인사는 대남사업의 총책임자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원동연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입니다. 김 부장 일행은 20일 베이징 공항에서 일본 TV에 포착됐습니다. 김 통전부장은 8월 고 김대중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서울에 와 이 대통령을 만난 인물입니다. 그때도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의했다는 설이 나왔으나 청와대는 부인했습니다.

우리측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MBC는 20일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위원이 김 통전부장을 베이징에서 만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어제는 KBS가 싱가포르에서 남북 고위당국자들이 회동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는 MBC 보도를 부인했지만 KBS 보도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뭔가 있다는 짐작을 하기에 충분한 대응입니다.

남북 정상이 만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비밀접촉으로 회담을 성사시켜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과거 사례 때문입니다.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의 비밀접촉에 의해 성사됐습니다. 비밀접촉에선 정상회담 대가로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에 지불한다는 은밀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역시 비밀 접촉을 거쳤습니다. 임기를 불과 4개월 앞둔 대통령이 쫓기듯 평양으로 달려갔습니다. 1차 정상회담 때 합의사항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지켜지지 않았고, 남북의 가장 큰 현안인 북핵문제도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남북이 비밀접촉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또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운 은밀한 거래가 이뤄질 우려가 있습니다.

국민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무엇이 두려워 몰래 정상회담을 추진합니까.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놓고 미국과도 충돌했습니다. 지난 주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김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밝히자 정부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미국에 해명을 요구해 결국 백악관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며 물러섰습니다. 남북간에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이 이뤄졌다면 미국에게도 거짓말을 한 셈이 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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