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근, 뉴욕서 성김 만나… 오바마 취임후 첫 접촉
美 ‘보즈워스 방북때 김정일 면담 보장’ 요구 가능성
북한 외무성의 이근 미국국장이 24일 뉴욕에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북핵담당 특사와 만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북-미 당국자 간 접촉이다. 김 특사는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이며 이 국장은 북한 차석대표다. 이날 회동은 오전 11시 반경부터 약 1시간 동안 뉴욕 맨해튼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에서 열렸다. 두 사람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문제와 북-미 양자대화의 재개 시점과 논의내용, 그리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관심 끈 ‘이근 보따리’
이 국장은 1시간에 걸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김 특사를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두고 보자”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건물 밖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JFK공항에서도 26, 27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다녀온 뒤 다시 보자며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김 특사는 이 국장이 떠난 지 50여 분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건물을 떠났다. 대신 미 국무부의 노엘 클레이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김 특사가 뉴욕에서 이 국장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와 6자회담에 관한 미국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 악역 마다하지 않는 대미 전문가
뉴욕→샌디에이고→뉴욕을 오가며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북-미 당국자 간 접촉을 통해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방북할 경우 북한 외교의 실권자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상대자로 나서야 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국장은 김 특사와의 논의 내용을 뉴욕 북한대표부를 통해 곧바로 평양에 전문으로 보낸 뒤 본국의 훈령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곧바로 샌디에이고로 이동해야 하는 이 국장 일행이 뉴욕을 통해 입국한 것도 도청을 막을 광케이블이 깔린 공관을 이용해 북한 지도부의 지침을 받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국장은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위기 당시부터 미국과의 거의 모든 협상에 관여해온 미국 전문가다. 강 부상과 김계관 6자회담 수석대표가 세련되고 점잖은 이미지를 주는 반면 이 국장은 철저히 싸움꾼의 역할을 담당하며 악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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