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사진)가 23일 “필요하다면 (세종시 추진 계획) 원안에다 플러스알파를 해야지 백지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여권 일각의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뒤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25일 “박 전 대표는 ‘표 계산’을 하면서 정치를 하는 분이 아니다”면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소신과 원칙대로 (세종시 문제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 일부에선 박 전 대표의 이러한 ‘원칙 고수’가 여론에 어떻게 반영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세종시 원안 변경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종시 원안 고수가 당장 충청권에선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2012년 대통령선거의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권에서 유권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 내부에선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도권에서 밀려 패했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수도권 민심의 동향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수도권 친박계 의원은 “청와대가 구체적인 수정안을 밝히고 충청권을 직접 설득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원안 고수’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단호한 발언과는 다소 뉘앙스가 다르다. 친박 성향의 수도권 일부 자치단체장은 박 전 대표의 언급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국회에서 행정중심도시건설특별법(세종시법)이 처리될 때도 일부 수도권 친박계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친박계 김무성 의원도 최근 “잘못된 법(세종시법)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며 세종시 원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영남지역의 일부 친박계 의원은 “세종시 원안이 변경되면 각 지역에서 건설이 추진되는 혁신도시 건설안도 후퇴할 것”이라며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 고수 방침을 반기고 있다. 이에 따라 세종시 논란이 친박계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편 대전·충남북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정도시(세종시) 무산 음모 저지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행정도시 원안 고수 방침 표명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고 큰 의미가 있다”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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