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26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8년 전 생사의 기로에서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화가가 있습니다. 북에 있는 가족들 때문에 얼굴과 본명을 밝히지 못하는 이 화가는 휴전선의 경계를 없앤다는 뜻으로, '선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현수 앵커) 북한의 모순 된 실상과 자신의 바람을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는 탈북화가 선무의 두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영상뉴스팀 구가인 기자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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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포즈의 여성, 북한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붉은 스카프가 아이러니컬하게 다가옵니다.
활짝 웃는 북한 어린이가 손에 쥔 것은 애플의 '아이팟'. '오픈'이라는 글씨가 눈에 띕니다.
북한의 선전화를 닮았지만, 그림 속에는 닫힌 북한 사회가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인터뷰) 선무 / 탈북화가 "(아이팟이) 미국 건진 잘 몰랐는데, 저게 최신 유행이라고 하더라고요. 좀 외부의 소식을 들으라고 난 끼워준 거죠. 이 자세는 북한에서 미국이나 일본, 남한을 삿대질하는 자세인데, 제국주의 자세…"
북한 사회의 실상을 담은 탈북화가 선무의 그림들은 이미지의 강렬함과 풍자적 요소로 인해 한국에서도 종종 논란거리가 됩니다.
지난해 부산 국제비엔날레에서는 김일성 초상화를 그린 작품 전시가 막판에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 너무 정치적이지 않냐, 이런 소릴 많이 듣는데. 나는 정치가 뭔지 잘 모르고요. 내가 북한에 사는 내 부모, 형제, 친구들, 그 속에 사는 사람들 얘기를 하려니까. 그리고 또 내 삶이 보기에 정치적이라면 내가 굳이 그걸 피할 이유가 없다는 거죠."
남쪽에서 생활한지 8년째.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한국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느끼는 것도 많습니다. 두 번째 갖는 이번 개인전에는 북한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습도 담아냈습니다. (인터뷰) "촛불시위 나가서 구경도 하고, 이런 공부들을 나름 하려고 해요. 아직은 내 나름으로 (한국사회 문제에 대한) 판단이 작품으로 옮기기까지 선 건 아니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야 할 거 같아요."
한반도 안, 다른 두 사회를 화폭에 담는 화가 선무. 자신의 이름처럼 남북을 가르는 선이 사라지길 바라며, 그는 오늘도 그림을 그립니다.
(인터뷰) "미안한 감은 있죠. 부모형제에게 미안한데… 그 미안함을 이런 식으로 갚아드리려고요. 사명감? 거창하진 않은데, 어쨌든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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