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총리 “충정 믿어달라” 주민들 “세종시 사수”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 鄭총리 세종시 건설현장 첫 방문

○ 鄭총리
“기업-대학-연구소 여러 곳 들어오겠다는 의향 밝혀
규모 줄인다는 소문있지만 단 1평도 축소 않겠다”

○ 격앙된 현장
“국가가 어떻게 이럴수 있나 이 지역출신이란 말 빼라
‘수도권 공화국’ 돼선 안돼 원안대로 추진해야”

세종시 현장 찾은 鄭총리 “세계적 명품도시 만들 것”
정운찬 국무총리(왼쪽)가 30일 충남 연기군 세종시 건설현장의 밀마루 전망대에서 정진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으로부터 세종시 건설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정 총리는 “아름다운 금강이 지나가고 기업이 입주하기 아주 좋은 곳이어서 자족도시를 만들기 좋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기=이훈구 기자
세종시 현장 찾은 鄭총리 “세계적 명품도시 만들 것” 정운찬 국무총리(왼쪽)가 30일 충남 연기군 세종시 건설현장의 밀마루 전망대에서 정진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으로부터 세종시 건설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정 총리는 “아름다운 금강이 지나가고 기업이 입주하기 아주 좋은 곳이어서 자족도시를 만들기 좋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기=이훈구 기자
“분통이 터진다. 폭발하기 직전입니다. 국가가 이럴 수는 없어요. 5년 추진한 것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하면 어느 국민이 믿겠습니까.”(유한식 충남 연기군수)

“군수님, 제가 공주 사람입니다. 어떤 형태든 나라를 위한 방안을 가지고 올 테니 단식을 접고 기다려 주십시오.”(정운찬 국무총리)

정 총리가 30일 오후 연기군청을 찾아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며 군청 앞 천막에서 9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유한식 군수를 만났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정 총리는 이날 충청권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공주의 고향마을을 방문한 뒤 연기군청을 방문하기로 즉석에서 결정했다. 세종시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연기군청에는 정 총리의 방문 소식을 들은 주민 400여 명이 2시간 전부터 몰려와 “세종시 수정안이 웬 말이냐” “원안대로 추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50대 홍모 씨는 “사과를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말을 바꿔 더 좋은 배를 주겠다고 한들 누가 믿겠냐. 받아 봐야 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군청 주변에는 경찰 5개 중대 500여 명이 배치됐다.

고향 방문
정운찬 국무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30일 충남 공주시 탄천면 분강리 고향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탄천면 덕지리에서 태어나 분강리에서 8년간 자란 정 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고향을 방문했다. 공주=연합뉴스
고향 방문
정운찬 국무총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30일 충남 공주시 탄천면 분강리 고향 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탄천면 덕지리에서 태어나 분강리에서 8년간 자란 정 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고향을 방문했다. 공주=연합뉴스
정 총리는 유 군수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뒤 옆 천막으로 건너가 연기군 의원 10여 명과 만났다. 군의원들은 “부족하면 플러스알파를 하면 되지 왜 정부기관을 빼려 하느냐” “총리가 국법을 어기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정 총리는 “행정도시만으로는 안 된다. 다른 것이 들어가야 한다”며 “짧은 소견이지만 포항, 울산, 광양처럼 비즈니스 중심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믿어 달라”고 강조했지만 군의원들은 “공주 사람이 이럴 수 있느냐” “충청도가 고향이라는 말은 빼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이에 앞서 정 총리는 이날 논란의 한복판인 세종시 건설현장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을 잇달아 방문했다. ‘세종시 수정 추진’ 발언으로 취임 전부터 논란에 불을 지핀 정 총리지만 세종시 건설현장을 찾은 것은 취임 한 달 만에 처음이다. 참모진은 세종시 현장 방문을 만류했지만 정 총리가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행복도시건설청의 밀마루 전망대를 찾아 15분 정도 세종시 건설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 현장을 둘러봤다. 전망대로 가는 길목에서는 주민 60여 명이 ‘수도권 공화국 철회하고 행정도시 정상 추진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피켓 시위를 벌였다.

정 총리는 행복도시건설청 관계자에게 각 정부기관이 들어설 위치를 조목조목 물으며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아름다운 금강이 지나가고 기업이 입주하기 아주 좋은 곳이어서 자족도시를 만들기 좋다”며 “훌륭한 입지를 갖춘 곳을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을 대대손손 살기 좋은 훌륭한 곳으로 만들겠다. 땅과 예산을 줄인다는 소문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1평도 안 줄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종시에 와서 보니 기업들이 오고 싶을 만한 입지인 것 같다. 비공식적으로 몇 개 기업이 오겠다는 의향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오겠다는 대학, 연구소는 벌써 여러 군데 있고 제게 약속도 했다”고 소개했다.

정 총리는 이어 공주시 탄천면 분강리, 국동리, 덕지리 등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고향을 찾았다. 정 총리는 덕지리에서 태어나 분강리에서 8년간 자랐고 국동리에는 정 총리의 선산이 있다. 정 총리는 초등학교 동창인 박노후 분강리 이장과 주민들을 만나 일일이 악수했다. 박 이장은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한 전무후무한 총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한창인 금강 청남지구를 찾아 생태하천 조성사업 현장도 둘러봤다. 충남 청양 출신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이날 정 총리를 수행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정 총리에게 “정 총리와 정 장관이 충청도 출신이니 4대강 사업은 두 사람이 주축이 돼 열심히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연기=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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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추천 많은 댓글

  • 2009-10-31 12:07:15

    연기군수에 박수를 보낸다. 충청인들의 자존심이 걸린 세종시는 일반신도시처럼하려면 집어치워라!. 정운찬총리는 공주출신으로 충청인들이 무엇을 바라는지에 관심이없는 행동으로 도민들의 환영을 무시하고있다니 실로 실망스럽다.

  • 2009-10-31 08:16:45

    총리는 조그만 하나의 성인 주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전체국민의 마음을 보아야 한다?,

  • 2009-10-31 15:24:08

    정운찬 총리가 믿어달라고 하니까~... 왠지? 노태우 대통령이 보통사람인 이 사람을 믿어달라고 하던 게 생각이 나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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