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트는 ‘정세균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내년 지방선거 승부 겨냥… 분배위주 강경노선 벗어나
서민-중산층 위한 정책추구… ‘뉴민주당 플랜’ 다시 만지작


민주당 정세균 대표(사진)는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이명박 정부 및 한나라당과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며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40여 분 계속된 기자간담회를 일관하는 키워드는 ‘변화’였다.

○ “진보, 보수 이념논쟁 초월할 것”, ‘뉴민주당 플랜’도 재추진

정 대표는 우선 당 정책과 관련해 “민주정부 10년간 여러 정책이 시행됐지만 꼭 거기에만 매달리지 않을 것이며 성찰과 반성을 통해 역동적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보, 보수의 이념논쟁을 초월해 서민과 중산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라면 그 정책의 출발 지점과 성격을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적 삶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이념의 대결구도를 뛰어넘어 보수 진영의 정책이라도 선택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인 김효석 의원에게 ‘뉴민주당 플랜’을 다시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뉴민주당 플랜’은 분배에 치우쳤던 당의 정책 노선을 성장 우선의 중도개혁 쪽으로 바꾸는 내용으로 5월 17일 초안이 나왔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진보 노선 강화를 내건 일부 강경파들의 반대 목소리에 묻힌 상황이다.

정 대표의 ‘변화’ 선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민주노동당의 대선 공약이었던 ‘등록금 후불제’ 등 진보 진영의 정책까지 흡수하는 중도 실용 행보를 보여온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길거리 투쟁,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에도 아랑곳없이 민주당의 존재감은 낮아지고 이 대통령의 지지율만 높아졌다”며 “10·28 재·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정 대표와 민주당이 방향을 바꿀 명분과 시기를 찾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효석 의원은 “이 대통령이 내세운 중도강화의 실체가 없는 만큼 ‘무엇이 진정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것이냐’를 놓고 정책 대결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 아프간 파병도 자율투표 검토

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엔평화유지군(PKO)이 아니라면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기류”라면서도 “당내 의견수렴을 통해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확대와 보호병력 파견 방침에 대한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 안팎에선 정 대표가 내건 ‘변화’를 상징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권고적 당론을 정하되 파병 동의안 국회 표결 시에는 자유투표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처럼 반대 당론을 내걸지 않겠지만 파병에 선뜻 찬성할 수 없는 당내 기류를 감안한 절충형 카드인 셈이다. 박주선 최고위원, 송민순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익이며, 정부는 파견이지 파병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위성을 설명하자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집단 단식 농성을 하면서 극력 반대했던 것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원내 관계자는 이날 “물론 병력 파견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있다.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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