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지근한 美에 불만 ‘核’ 심각성 부각 노림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 北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 완료” 의미는
핵탄두 4~10개 만들수 있는 양
양자협상 안될땐 핵실험 가능성


북한이 3일 폐연료봉 8000개의 재처리를 끝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로 보인다. 북-미 양자협상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북한이 ‘선(先) 6자회담 후(後) 양자대화 가능’을 고수하는 미국을 상대로 핵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해 분위기를 바꿔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 북-미 양자대화 연내 개최 물 건너가나?

북한의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 문제는 느닷없이 떠오른 도발은 아니다.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9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폐연료봉 재처리가 마감 단계에서 마무리되고 있으며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 우라늄 농축시험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결속 단계에 들어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엔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미국을 방문해 성 김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와 접촉하는 등 북-미 대화의 단초를 기대하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북한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방식의 협상틀을 만들기를 원했지만 미국이 별로 호응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북한이 부정적 태도를 보일수록 북-미 대화에 대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기대감이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즈워스 대표의 연내 방북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북제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진정한 태도 변화를 보여야 대화를 하겠다는 태도다.

○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 의미는?


북한 외무성은 이전에도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북한의 주장에선 모순이 발견된다. 9월 3일에는 폐연료봉 재처리가 마무리 단계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느닷없이 그 이전인 8월 말에 재처리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서둘러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보내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물론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 발표가 단순한 협상카드용이 아닐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보다는 당분간 핵무기 개발에 전념하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일 9·19공동성명이 무효화됐다고 주장한 것도 향후 도발의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북-미 양자협상을 통한 핵보유국 지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지속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예상했다. 북한 대변인이 2일 “미국이 아직 우리와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북)도 그만큼 제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이런 맥락에서 눈길을 끈다. 폐연료봉 8000개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가동해 얻은 것으로 이를 통해 플루토늄 30∼40kg을 얻고, 핵탄두 4∼10개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