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뜻 묻자” vs “數로 밀어붙이나”… 세종시 국민투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친이 일각 국민투표 주장에 野 “실현 가능성 없는 꼼수”
투표땐 결과해석 문제 불거져 정권 중간평가로 변질 우려도
안상수 “무익한 논쟁 중단을” 친박 “鄭총리 자제하면 된다”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일부 의원이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쳐 결론내자고 제안한 것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는 무익한 논쟁을 중단하자”고 제안하며 불끄기에 나섰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며 “정치권의 부실한 결정을 바로잡고 소모적 논쟁을 막기 위해 국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국민투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KBS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는 국가 안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충청권 인구가 얼마 안 되니 수로 밀어붙이겠다는 불쾌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여야가 오랜 토론 끝에 합의 처리한 법을 지키지 않기 위해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친이계의 속내는?

국민투표 카드는 아직 여권 주류 진영이 한목소리를 내는 단일안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투표 카드가 안고 있는 인화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친이계 일부 강경파 의원이 꼬여 있는 세종시 문제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선도적으로 국민투표 카드를 이슈화했다는 관측이 많다. 한 친이계 당직자는 “박근혜 전 대표라는 벽에 막혀 정상적인 당내 의견 수렴이 어려워져 국민투표 문제를 거론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서도 “국민투표는 ‘마지막 선택’이 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만만찮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국민투표를 하면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 40여 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의 공동 간사인 임해규 의원은 “오늘은 안경률 의원을 대표로 선출한 뒤 처음 갖는 친목 모임이었다. 세종시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결집하는 친박계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여의포럼은 3일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당초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막판에 제외했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기 위해서다. 박 전 대표가 이날 모임에 불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토론회 직후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만찬에는 정몽준 대표도 참석했다. 정 대표와 친박 의원들은 막걸리와 맥주를 섞은 ‘화합주’를 마셨다고 한다. 한 의원은 “정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를 꺼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 수정에 나선 정부와 친이계 의원들에 대한 친박 진영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세종시 문제 논의를 중단하자는 안 원내대표의 주장도 우습다”며 “지명되자마자 이 문제를 제기한 정운찬 국무총리만 입 닫고 있으면 논의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세종시 국민투표 법적 근거 있나?

일부 친이계 의원이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법적 근거는 헌법 제72조다. 이 조항은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다. 세종시 문제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 성낙인 교수는 “헌법 자구에 얽매일 필요 없이 직접 민주주의를 도입한 이상 세종시 문제를 국가의 주요정책으로 봐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강대 임지봉 교수도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에게 국민투표 부의 권한과 대상에 대한 넓은 재량을 주는 조항이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를 놓고 국민투표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세종시 문제도 정부의 행정수도 기능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국가대사”라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대 정종섭 교수는 “1980년 개헌 이후 우리나라엔 정책에 대해 일반적 국민투표를 하는 제도가 없다. 따라서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도 “세종시 문제는 국가안위에 대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 헌법 조문을 확대 해석하더라도 국민투표 요건으로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 국민투표를 실시해도 문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지난달 2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종시 원안 수정이 40.5%, 원안 추진이 36.3%로 나왔다. 근소하게 원안 수정 여론이 높지만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그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우여곡절 끝에 국민투표를 한들 그 결과를 놓고 다시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해도 그 결과를 놓고는 정치적 해석을 할 수밖에 없어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30조엔 헌법개정안의 국민투표를 실시했을 경우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투표자 과반이 찬성하면 헌법개정안이 통과된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하지만 헌법개정이 아닌 중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이같이 가부를 구분하는 규정이 없다. 현행 국민투표법에는 “국민투표 결과를 대통령이 즉시 공포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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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09-11-04 05:43:08

    잘못된 법이라면 고칠수 있는 현자는 없는가. 뇌물현 꼼수에 말려간 박근혜도 대국적으로 잘못된것을 모른다면 국회의원 자격없다. 충청도표심을 잡기위해 수도를 두쪽각내는 데 국가적인 이래득실을 따져 잘못됐다면 바로잡는것이 진정한 국회의원이 할 도리다. 수도는 하나면 족하다.

  • 2009-11-04 09:37:37

    이번 세종시법의 논란의 와중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정운찬과 같은 국가 장래와 국익을 우선시 하는 인물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세종시가 자기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고향보다 국가 장래를 생각하고 전 국민들의 장래의 고통을 생각해서 과감하게 세종시법을 수정하려는 인물을 발굴했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고 본다.

  • 2009-11-04 10:09:11

    국민투표?? 어느 새 대 가 리에서 나온 발상이냐?? 투표해봐라 충청도민은 모두 투표 보이코트 할 거다.. 충청도민이 참여하지 않는 투표로 밀어 부칠수 있겟나?? 그러면 그날로 명박이는 청와대에서 나와 망명길떠나야할거다~!!충청도민을 모두 한국의 텔레반으로 만들려하나?????생각좀하고 말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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