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 안 보내려는 구실일뿐” 충청권, 세종시 개발구상에 냉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7일 03시 00분


조치원역 광장 매일 집회

정부가 세종시 원안 수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충청권이 다시 들끓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거리로 나섰던 2004년 10월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6일 오후 행정도시 중앙행정타운 자리인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에서는 무슨 일이 있느냐는 듯 건설 작업이 한창이었다. 도로와 상하수도 등 용지 조성공사 진척률은 50%를 훌쩍 넘었고 총리실 건물은 골조까지 올라온 상태지만 이 행정타운이 실제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믿는 주민들은 이제 거의 없어 보인다.

조치원읍 조치원역 광장에서는 매일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500만 충청민 똘똘 뭉쳐 행정도시 사수하자’라는 구호가 적힌 연기군청 내 단식농성장에서는 유한식 연기군수, 진영은 연기군의회 의장 등 군의원 10명, 지역 사회단체장들이 릴레이 단식을 벌이고 있다.

유 군수는 “대통령이 12차례나 원안 추진을 약속했고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마저 뒤집는 마당에 누가 대안을 믿겠느냐”며 “이는 다수의 지방 민심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고, 똑같은 내용을 갖고 5년 전 논의로 돌아가자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의회는 이날 시의회 본관 앞에서 결의문을 발표하고 “행정의 비효율성이라는 구차한 변명을 내세워 세종시 건설을 수정 또는 축소하려는 기만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장 및 도지사들도 세종시 수정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세종시를 교육 과학 산업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은 행정기관을 내려 보내지 않으려는 구실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대통령이 솔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국회와 행정부처가 떨어져 있어 비효율적이라면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라”고 말했다.

대전과 충남북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행정도시무산음모저지 충청권비상대책위’의 금홍섭 공동대표는 “충청권 3개 시도지사와 기초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은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고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행정도시정상추진연기군주민연대 홍석하 사무처장은 “각 지역의 충청권향우회를 중심으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교수와 전문가들의 행정도시 원안고수 서명 및 선언을 이끌어내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연대는 최근 연기군민 1만 명이 반납한 주민등록증을 10일 행정안전부에 제출하고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연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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