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의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는 전날처럼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집중됐다. 전날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비교적 자신 있게 답변했던 정 총리는 자신의 전공이 아닌 외교 문제 등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느닷없이 “‘원샷’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마루타와 731부대가 뭐냐” 등의 질문을 속사포식으로 던졌다. 당황한 정 총리는 “‘원샷’은 술 마실 때밖에 모른다”, “(731부대가) 항일독립군인가요”, “(마루타는) 전쟁포로 같다”라며 계속 엉뚱한 답변을 했다. 731부대는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군 특수부대며 마루타는 이 생체실험의 희생자다. 그러자 박 의원은 “총리 머리에 세종시 생각밖에 없어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나중에 정 총리는 “질문을 잘 못 들어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은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출신 정모 씨를 중국이 억류하고 있는 것이 제네바협약 위반 아니냐”며 정부의 대책을 물었다. 박 의원이 “대통령 직속으로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요구하자 정 총리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군포로의 송환은 국가의 의무이며 무사송환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중국 정부도 민감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양국 당국자의 논의로 해결해야 한다”고만 대답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납북자 504명과 국군포로 750명을 전원 돌려받는 대신 제3차 남북정상회담 장소 결정은 북한에 양보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제안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라이카우프(freikauf)’ 방식을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프라이카우프는 독일 통일 전 옛 서독이 동독 정치범들을 데려오기 위해 외환과 현물을 동독에 제공한 것이다. ○ 그랜드 바겐 및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설
민주당 김충조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정책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포괄적 패키지’나 김대중 정부 당시의 ‘일괄타결’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자 유 장관은 “그랜드 바겐의 기본 구상은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비핵화 과정을 지연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으로 이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그랜드 바겐의 추진과 함께 북한이 군축에 응하는 정도에 따라 한국 또한 군축을 함께 실시하며 상업적 이익을 제공하는 ‘군축 크레디트(credit)’를 제안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비밀접촉설에 대해 정 총리는 “아는 게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구상찬 의원이 “국가정보원 모 차장이 10월 말 싱가포르에 다녀온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정 총리는 “몰랐다”고 대답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세계적 석학이며 서울대 총장을 지냈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면 국민이 실망한다”고 질책하자 정 총리는 “서울대 총장이라고 해서 남북정상회담 내용까지 다 알아야겠느냐. 총리 된 지 한 달 됐다”고 응수했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북한이 9월 4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명의로 개성관광 재개 협의를 위한 실무 접촉 제의를 해와 현대아산과 북측이 10월 20일 만난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현 장관은 “북측의 통지 내용은 알았지만 현대아산과 북측의 접촉 사실은 몰랐다”고 대답했다.
○ 아프간 재파병 찬반 의견 엇갈려
김충조 의원은 “아프가니스탄의 정세가 나빠지고 있고 아프간 주민 60∼70%가 탈레반에 포섭돼 있다”며 불안한 현지 상황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과거 우리가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나라를 재건했듯이 우리도 국제사회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며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려면 경비 병력을 최소 1000명 이상 파견해야 한다”며 규모 확대를 통한 적극적인 파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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