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는 일만 손대나 하는 생각 들기도”
MB, 외교안보자문단 간담회
“남북협력의 관건은 핵문제
김정일에 제대로 전하라고
北 DJ조문단에 3차례 당부”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우리 정부가 하는 일을 생색낼 생각은 전혀 없다. 나라의 기초를 튼튼하게 닦아서 다음 정부가 탄탄대로를 달리도록 하겠다는 것이 내 철학”이라며 “그러다 보니 생색은커녕 욕먹는 일만 손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자문단과 조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에 걸맞게 모든 분야에서 국격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야 한다. 3월 호주 방문 때 참전용사비를 참배하다가 ‘우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세계 어디에든 간다’는 글귀에 감동을 받았다. 한국도 이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고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특정 현안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세종시 문제와 북핵 해법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분분한 데 대한 솔직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거듭 말하지만 만남을 위한 만남, 원칙 없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게 나의 일관된 생각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보도가 나오는데 혹시 회담이 열린다면 북핵과 인권이 의제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원한다고) 덜컥 만나 아무 얘기나 할 수는 없다. 북핵은 북-미 문제만이 아니라 남북 문제다. 핵심 의제는 북핵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말했다.
이 참석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에 왔던 북측 조문단에 ‘남북 협력의 관건은 핵문제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제대로 내 뜻을 전달할 수 있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더니 북측 조문단이 ‘정확하게 뜻을 전달하겠다’고 하더라”며 대화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뜻을 김 위원장에게 전해 달라며 3차례나 당부했다고 한다.
한편 이 대통령은 북핵 해법과 관련해 “나는 패키지 딜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는데 미국 정부가 이를 그랜드 바겐으로 바꿔 쓴 것”이라며 “우리는 큰 원칙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그랜드 바겐 내용은 6자회담 참가 5개국이 협의해서 구체화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승주 한미협회 회장, 현홍주 전 주미대사, 안광찬 전 비상기획위원장, 하영선 서울대 교수,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현안연구위원장, 남주홍 경기대 교수,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정민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김성한 고려대 교수, 한석희 연세대 교수 등 15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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