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5000원짜리 점심’ 잘 지키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9일 03시 00분


한달 밥값 9만3500원 한끼 평균 5500원 쓴셈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9월 30일 취임한 직후부터 “점심은 5000원짜리를 먹자. 영세 음식점은 우리가 안 팔아주면 장사할 데가 없으니 거기서 먹자”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이 위원장의 ‘5000원짜리 점심식사’ 요구는 광화문과 과천 등 관가뿐만 아니라 여의도 정가에까지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에서는 “요즘 5000원짜리 밥 먹을 곳이 어디 있나. 칼국수도 6000원인데…”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현실성 없는 얘기’라는 지적이었다.

이 위원장 스스로는 이런 약속을 지켰을까. 이 위원장은 지난달 한 달 동안 자신이 밥값을 내지 않는 외부 오찬을 빼고 17차례 인근 식당과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이 중 11차례는 권익위와 경찰병원, 지방자치단체 등의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때웠다.

그가 한 달 동안 식대로 쓴 돈은 9만3500원. 점심 한 끼에 평균 5500원 정도를 쓴 셈이다. 권익위 인근 식당이나 민생탐방 때 방문한 재래시장에서 4000∼7000원짜리 순댓국, 설렁탕, 돌솥비빔밥, 보리밥 등을 사먹었다. 지난달 21∼23일 경상지역 이동 신문고에 합류해 돌아다닐 때도 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며 2000∼3000원대 식사를 했다.

‘점심 한 끼 평균 5500원’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나름대로 실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공무원은 “구내식당을 주로 이용한 이 위원장도 5000원을 넘겨 썼다면 그런 요구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임을 증명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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