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또 돌출행동… 관계개선 의지에 찬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남북-북미관계 영향은

10일 남북 함정 간 서해교전이 대외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 행위로 확인될 경우 향후 남북 관계와 북-미 대화의 진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남북관계 뒷걸음질 우려

북한의 의도성이 확인되면 올해 하반기 북한의 대남 유화 제스처에 따라 잠시 개선되는 듯했던 남북관계가 다시 뒷걸음을 칠 가능성이 크다. 비록 남측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사건은 9월 6일 발생한 황강댐 무단 방류 사건 이상으로 남한의 대북 여론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이 다시 핵 개발 위협을 들고 나온 뒤여서 정부 내에도 대북 강경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북한이 3일 영변 핵시설에서 나온 폐연료봉 8000개를 모두 재처리해 이를 무기화했다고 밝히자 이명박 대통령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은 “핵 문제의 진전 없이 남북관계의 진전은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서해 무력 충돌은 남한 정부가 대북 식량 추가 지원을 제의하거나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먼저 제의할 명분을 잃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바라는 남북 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도적 대북 지원을 매개로 개선을 추진했던 남북관계도 악순환에 다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 온라인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0일 정부가 옥수수 1만 t 제공을 제의한 것에 대해 “치사하고 속통 좁은 처사”라고 비난했다. 북측은 ‘응당한 뭇매’라는 글에서 “빈 달구지 굴러가는 소리가 더 요란하다고…무엇을 크게 할 것처럼 소란을 피우지만 고작 농부의 지게에 올려놔도 시원찮을 강냉이 얼마 타령”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 북-미 대화에도 악영향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서해교전이 북-미 대화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현재로서는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물론 북한의 서해 도발로 인한 한국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이 북-미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나설 만큼의 큰 파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는 예정대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 나서기 직전에 북-미 대화 일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부정적인 행동은 북-미 간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제1차 핵 위기 당시 북한에 경수로만 제공하고 핵개발을 묵인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미국 민주당 정부의 당국자들은 북한에 더는 속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따라서 북한의 이런 도발은 미 행정부의 운신 폭을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제2차 핵 위기가 점화된 2002년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미국 대표단을 평양에 파견하려다 제2차 연평해전이 발발하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미국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용’이라고 한정한 데 이어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굳이 북-미 양자 접촉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태도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이런(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접촉을 무한정 지속할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런 과정이 몇 차례나 반복돼선 안 된다는 한미 양국 간의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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