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공식 명칭은 ‘신형 독감’이다. 하지만 신형 독감보다는 ‘돼지독감’이라고 부르는 주민이 더 많다. 초기에 그렇게 보도됐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아직까지 신종 플루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은 또 신종 플루 발생 사실을 숨길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명수 보건성 국가위생검열원 원장은 지난달 14일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보건 하부구조가 취약해 신형 독감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고 영상(이미지)이 흐려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의 반응은 다르다. 북한 북부 국경지역의 한 소식통은 최근 통화에서 “신종 플루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병원은 사실 신종 플루를 감별할 능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열이 나 병원에 가면 문진을 하고 체온을 재는 것이 고작이고, 의사조차도 정확한 진단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북한에서는 중국에서 넘어온 유행성 독감까지 급속히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의주 쪽에서는 기존 감기 치료제인 ‘파라세타몰’ ‘코트리목사졸’ ‘아스피린’ 등에도 차도가 없는 정체 모를 독감이 돌고 사망자까지 발생해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신종 플루 예방을 위해 나름대로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앙TV에서 연일 손 씻기를 강조하는 보도가 나가고 있고 감기 환자가 발생하면 온 가족을 무조건 일주일간 격리 조치하고 있다. 일선 행정기관은 소금양치질을 장려하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손을 씻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북한처럼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주민의 면역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신종 플루가 확산되면 치명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5월 북한에 ‘비상시에 대비한 목적에 충족할 만한 분량’의 타미플루를 제공한 데 이어 연말쯤에는 신종 플루 백신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북한에서 신종 플루가 창궐하면 이를 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탓도 있지만 감기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주민의식 때문이다. 북한 소식통은 “병원에 가봐야 약도 없고 하니 그냥 장마당에서 ‘정통편’ 같은 중국 약을 사서 먹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파라티푸스 장티푸스 콜레라 같은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수시로 돌아도 그러려니 하는 판에 조류독감이니 신형 독감이니 하는 것에는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냥 ‘운 나쁜 사람이 죽겠거니’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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