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개월 제재 공세… 北, 정말 고통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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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美 한반도 전문가 35명 설문
“6자복귀에 도움 안돼” 71%

北 대외교역 73% 中에 의존
“中이 나서야 제재효과” 지적


북-미 관계를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의 한 컨설팅 업체는 최근 6자회담 참가국의 의뢰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화무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전현직 미국 관료와 한반도 전문가 등 35명이 응한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응한 사람 중 71%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과를 묻는 질문에 “궁극적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에 나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것.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감행 등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유화국면을 조성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제재의 효과라는 미국 정부의 공식설명과는 결이 다르다. 과연 북한을 겨냥한 제재는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또 제재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할 수 있을까.

○북한 핵무장 해제 가능할까?

미국의 대북제재 의지는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가 북-미 대화의 재개와 함께 유명무실해졌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미국은 아예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등을 망라한 대북제재전담팀을 구성해 24시간 제재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가 통과된 뒤에도 미국 정부는 6∼8월 하루가 멀다 하고 북한의 기업과 정부기관, 관련 개인에 대한 추가 제재 의사를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최근 “북한이 대화를 원하기 시작한 것은 6자회담 관련국들이 대북제재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고, 일치된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 역시 북한의 유화공세 전환의 이유로 “국제사회의 일치단결된 압력”을 꼽았다. 실제로 2002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돈줄 차단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미국은 북한의 숨통을 죄는 노하우를 알았고 북한의 공개적 반발을 줄이며 목을 조르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분석이 많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적고 ‘고난의 행군’에 익숙한 북한체제지만 사실상 무역차단 조치에 해상봉쇄에 가까운 조치를 무한정 견디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미지수다. 구체적인 수치로 북한이 겪는 고통을 지수화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열쇠는 중국이?

중국은 올해 수교 60년을 맞아 ‘유일한 동맹국’인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은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연쇄 방북 초청으로 화답했다. 3명 모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개별 면담했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서 중국 지도부와 면담하기 위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했다는 설도 무성하다.

수치를 보면 양자가 밀월을 즐긴다는 의심을 할 법도 하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무역액은 2003년 10억2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7억8700만 달러로 3배가량 늘었다. 무역의존도는 32.7%에서 73.0%까지 높아졌다. 국제사회는 대북제재에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지만 상황은 반대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원조무역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중국이 고삐를 단단히 쥐지 않을 경우 대북제재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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