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국회 불법 의심 정치자금 작년 9억1000만원 자진 반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2000만원 이상 반납 14명
권택기 8750만원 가장 많아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 측으로부터 2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연차 게이트’로 기소된 인사 중에서 현재까지 무죄가 선고된 첫 사례다.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배경엔 재선인 김 의원이 그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을 자진 반환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변호인단이었던 홍준표 의원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김 의원이 반환한 정치자금 내용을 입수해 재판부에 자료로 제출했다”며 “법정에서도 ‘만약 김 의원이 박 전 회장이 낸 정치자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자진 반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후원금이 청탁 또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안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에 후원금을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후원금 중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가려내기 위해 후원인의 신상 정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10만 원 이상 기부자의 소속기관 등을 꼼꼼하게 따져서 상임위와 관련된 기관 소속이거나 공천 대가로 기부한 사례가 있으면 전부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방위 소속의 한 의원은 모 군수업체로부터 받은 수백만 원의 돈을 전부 되돌려줬다. 상임위 유관기관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으면 로비자금으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7대 국회 때는 의사협회 등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상당수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곤욕을 치렀다.

동아일보가 12일 중앙선관위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8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받은 정치자금 중 불법이라고 판단해 반환한 돈은 모두 9억1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이 6억7354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민주당(1억6990만 원)과 무소속(3217만 원), 자유선진당(2675만 원) 등의 순서였다. 액수로만 따지면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약 4배를 반환한 셈이다. 군소 정당인 친박연대(600만 원)와 창조한국당(144만 원) 민주노동당(20만 원)의 경우 정치자금 반환액이 매우 적었다.

2000만 원 이상을 반납한 국회의원은 모두 14명이었다. 민주당에선 백원우 의원이 지난해 2000만 원을 반환해 유일하게 포함됐다. 무소속인 김형오 국회의장도 지난해 2190만 원을 반환했다. 14명 중에서 재선 이상이 8명이었으며, 초선 의원은 6명이었다.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미만을 반환한 의원은 11명이었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이 10명, 자유선진당이 1명이었다.

의원별로는 권택기 의원이 8750만 원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정치자금 반환 액수가 가장 많았다. 임태희(4610만 원) 김학용(4155만 원) 권경석(3330만 원) 이진복 의원(3220만 원) 등도 반환 액수가 높은 편이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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