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아차, 선거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안양-군포-의왕 진주-산청 통합 제외
“총선 선거구와 안맞아” 석연찮은 해명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 온 행정구역 자율통합 방안이 갑자기 표류하고 있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12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양-군포-의왕과 진주-산청 지역은 실질적으로 통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브리핑을 통해 두 지역과 성남-하남-광주, 수원-오산-화성, 청주-청원, 창원-마산-진해 등 모두 6개 지역이 자율통합 대상지역이라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온 배제 방침이다. 이 장관과 한나라당은 통합대상 지역 발표 직전인 10일 오전 당정협의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고, 국회의원 선거구는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에 공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의견조사를 거쳤고 당정협의까지 끝낸 마당에 갑자기 6개 중 2개 대상지역을 배제한다고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장관은 두 지역 배제 이유에 대해 “두 지역이 통합되면 국회의원 선거구를 변경해야 한다”며 “선거구 조정문제가 포함되면 국회의 선거구 획정(劃定) 권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통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유라면 9월 말 통합 신청 접수 기간에 배제 방침을 밝히고 각 해당 지역 주민 500∼1000명씩을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를 아예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가 된 국회의원 선거구는 ‘과천-의왕’이다. 의왕이 안양, 군포와 함께 통합시가 되면 이 선거구는 과천시와 통합시 일부를 걸치게 된다.

여론조사까지 해놓고 이틀만에 뒤집어

진주-산청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산청-함양-거창’으로 묶여 있어 통합시 일부 지역과 함양군, 거창군이 단일 선거구가 된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제25조는 “시군구의 일부를 분할하여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이들 지역처럼 시군의 일부가 다른 시군과 한 선거구로 묶이는 것은 선거법에 어긋난다.

당정은 이 규정을 감안해 일단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을 선출한 이후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을 논의하는 방안에 의견 일치를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의왕 선거구 국회의원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의견 조사만으로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반드시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 이후 이 장관의 ‘2개 지역 배제’ 방침이 나왔다.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통합을 추진한 것인지, 정치권이 선거구 때문에 자율 통합의 발목을 잡는 것인지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선 행안부가 통합추진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찬성의견이 50% 이상인 통합대상 지역을 늘리기 위해 선거구 문제 등을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