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기다리는 산더미 예산안 12일부터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됐다. 국회 예결위 회의실에 예산안 심사 자료가 쌓여 있다. 김경제 기자
국회는 12일 총 291조8000억 원 규모의 2010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상임위별 심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항목별 세부 예산명세를 제출할 때까지 국토해양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심의를 전면 거부키로 해 첫날부터 난항을 겪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차단하고 늦어도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까지는 반드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기한 내 처리를 강조하며 “민주당이 (당내) 세종시 갈등을 부채질하고 4대강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는 데 대해 당력을 총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민주당은 불과 예산의 1% 남짓한 4대강 예산과 (예산안 처리를) 연계하는데 이는 정략적인 발목잡기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2010년 예산안을 △국정문란 4대강 예산 △민생외면 예산 △재정파탄 예산 △지방 죽이기 예산 △재정적자 분식 예산이라고 규정하며 “위법·편법으로 편성된 4대강 예산은 전면 재검토해야 하고, ‘강’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4대강 예산 5조4000억 원 가운데 하천정비사업에 필요한 1조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삭감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녹색사업’ 관련예산도 대부분 삭감 대상에 포함시켰다. 전병헌 의원은 “작년에는 ‘형님’ 예산이 있었는데 금년엔 신종 실세 예산이 등장했다. ‘녹색’과 ‘4대강’이라는 ‘다섯 글자’만 붙이면 무조건 예산을 배정받는 ‘만능키’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삭감된 재원을 △아동수당 지급 및 결식아동 급식 지원 △초중등교원 정원 확대 △대학생 장학금 확대 △노인 틀니 지원 등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의 거부로 국토위와 예결특위의 예산심의는 당분간 중단되지만 나머지 상임위는 일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국토위와 예결특위의 예산심의는 거부하지만 다른 상임위에는 정상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라며 “4대강과 미디어법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정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편 예결특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지적이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국토부에 자료 제출을 조속히 이행해 달라고 부탁한 상태”라며 “4대강 사업이 계속 문제가 된다면 일단 미뤄두고 다른 예산안을 먼저 처리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 위원장은 “예산안 처리를 연말까지 늦추면 1월에 시행될 저소득 복지사업의 시행이 어려운 만큼 민주당이 진정 서민을 위한다면 기한 내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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