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뒤따르며 발포”→“경고사격”→“조준사격” 北 서해교전 보도 미묘한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10일 서해에서 벌어진 남북 함정 간 교전의 경위와 원인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미묘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교전 당일인 10일 북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보도’를 통해 남측 군함이 북측 경비정을 “뒤따르며 발포하는 엄중한 도발행위를 감행했다”면서 이에 대해 북측이 대응타격을 하자 남측 군함이 “자기 측 수역으로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12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남측 군함이 “뒤따르면서 이른바 ‘경고사격’이라는 것을 무려 다섯 번이나 했다”고 전하고 이에 북측이 대응하자 남측 군함이 “황급히 자기 수역으로 달아나면서 불질(포격)했다”고 주장했다. 남측 군함이 퇴각하면서 포를 쐈다는 중요한 내용을 교전 이틀 뒤에야 주장한 것이다. 14일 조선중앙방송에서 ‘조선방송위원회 기자들’도 남측 군함이 “자기 수역으로 달아나면서 불질했다”고 주장했다.

1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남측 군함이 “뒤따르며 발포했다”고만 하고 이후의 교전 상황은 전혀 전하지 않았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장은 13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이 ‘경고사격’이 아닌 ‘직접 조준사격’과 ‘파괴사격’을 했다고 비난했다.

민주조선은 또 남측이 이번 교전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로 지난달 26일 발생한 남한 민간인의 월북 사건을 지목했다. 이 신문은 “(월북 사건으로) 수세에 빠진 남조선 군 당국은 무장도발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저들이 ‘안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여론을 내돌려 땅바닥에 떨어진 체면을 추켜세워 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보도 내용이 들쭉날쭉한 이유는 북한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기 위한 대응 논리가 처음부터 정확하게 전파되지 않았거나 북한 지도부가 남측 언론의 보도 내용에 따라 논리를 조금씩 바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는 ‘평화를 위협하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행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선의에는 선의로, 도발에는 무자비한 보복으로 대답하는 것이 북한군의 일관된 자세”라고 주장했다고 북한 온라인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15일 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北 미사일 레이더 가동 징후” 서해 한때 비상
軍, 연평도 초계함 등 대피시켜
상세분석후 ‘사실 아니다’ 결론


15일 낮 북한이 서해 연평도 이북 지역에 배치된 지대함미사일 기지의 사격통제 레이더를 가동할 것이라는 징후가 정보당국에 포착돼 군 당국이 한때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날 “오늘 낮 12시경 연평도 이북 북한지역에 다수 배치된 지대함미사일 기지의 사격통제 레이더를 가동할 것이라는 북한의 내부 통신을 포착했다”면서 “이에 따라 백령도와 연평도 등에 배치된 초계함 등을 안전구역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같은 통신 내용을 상세히 분석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고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징후도 포착되지 않아 비상경계 상황을 해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록 오늘 상황은 해제됐지만 북한군이 지대함미사일 기지와 해안포 부대에 경계태세를 내린 상태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 이북 북한지역에는 사거리 46km의 스틱스와 사거리 83∼95km의 실크웜 지대함미사일이 여러 기 배치돼 있다. 또 북한 서북지역의 섬과 해안가에는 사거리 27km인 130mm 해안포와 사거리 12km인 76.2mm 해안포, 사거리 17km인 152mm 평곡사포 등이 집중 배치돼 있다. 한편 유엔군사령부 소속의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요원들은 13일 평택 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서해교전 당시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한 배경과 경고사격, 조준사격 과정 등에 대한 해군 관계자들의 증언을 청취했다고 군 관계자가 밝혔다. 유엔사는 북측에 이번 교전에 관한 공동조사를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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