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먼저 끌어들여 사업성 높여야”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의 개념을 기업도시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세종시의 진로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5대 그룹 본사를 유치하는 등 산업과 교육, 연구개발(R&D) 기능이 복합된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계획만 거창하고 속은 비어 있는 기존 기업도시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지지부진한 기업도시 시범사업
기업도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3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일본의 도요타 시나 핀란드의 오울루 시와 같은 기업 특화 도시를 짓자고 제안하면서 공론화됐다. 정부는 기업에 △토지수용권 부여 △법인세 3년간 면제 △소득세 2년간 50% 감면 △개발부담금과 같은 각종 부담금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토균형발전이 최우선 사업목표로 제시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수도권 인근 등 재계가 요구했던 입지는 기업도시 지정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2005년 강원 원주, 충북 충주, 전남 무안, 충남 태안, 전북 무주, 전남 영암·해남 등 6곳이 기업도시 시범지역으로 결정됐다. 당시 재계에선 “이래서야 기업이 내려갈 수 있겠느냐”라는 말이 나왔다.
4년이 지난 지금, 이들 기업도시 중 충주, 원주, 태안의 경우 착공은 했지만 공정이 2.5%에 불과한 곳(원주)이 있을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나머지 3곳은 아직 땅에 삽도 못 대고 있다. 이유는 토지보상 협의 중단(무주), 사업시행자의 자금난 등 다양하다.
기존 기업도시의 사례에서 보듯이 세종시의 성공은 기업 유치 여부에 달려 있다. 정부와 여당도 이 점을 감안해 5대 그룹 본사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규모는 작더라도 실속 있는 대기업 계열사를 옮기는 게 낫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부는 일단 본사 이전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듯하다.
5대 그룹 중 한 곳이라도 본사를 세종시로 옮긴다면 기업도시의 면모는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업도시와 달리 세종시는 해당 지역으로 옮겨갈 기업과 교육 시설을 미리 정한 뒤 본격적으로 개발한다는 점에서 사업이 무리 없이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 개발계획을 일임하지 않고 중앙정부가 직접 설계한다는 점에서 성공 확률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