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핵심, 또 세종시 비공개 회동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鄭총리 주도… 정몽준 - 정정길 등 주말 아침 만나
오늘 1차 민관委 앞두고 수정안 윤곽 논의한 듯
與대변인 “MB 세종시 수정론, 서울시장때부터 확고”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세종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밤 첫 모임과 11일 공식 회의에 이어 지난주 세 번째로 가진 모임이다. 그만큼 정부 여당이 현안인 세종시 문제를 긴박하게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모임은 정 총리가 주도했으며 권태신 국무총리실장과 박재완 대통령국정기획, 박형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 인사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종시 논란이 시시각각 흐름이 달라지고 있어 당정청 간에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이날 조찬을 겸해 만나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주 이런 모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호영 특임장관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메신저로 보내 협조를 당부하면서 세종시 문제에 대한 당내 갈등은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고 야당도 총공세를 펴고 있어 당정청이 긴밀한 협의 아래 공동 대응하는 체제를 갖추려는 것이다.

이 참석자는 “공개회의에서는 깊이 있는 토론이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공개로 만났고 논의 내용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특별히 새롭게 거론된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16일 열리는 제1차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를 앞두고 세종시 수정안 논의 방향에 대한 의견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17일 정 총리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의 만찬 모임에 앞서 그동안의 세종시 기업 유치 활동이 어느 정도였는지, 기업들의 반응은 어떠하며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정 총리는 13일 저녁에도 총리공관에서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하며 세종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후보 시절에도 행정기관이 세종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며 “이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이 분명했기 때문에 ‘약속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밝혔다.

2007년 경선 당시 이 대통령의 공보특보를 맡았던 조 대변인은 “대선을 앞둔 상황의 압박 때문에 불가피하게 기자회견이나 유세장에서 한두 번 ‘원안대로 가겠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 대통령은 큰 틀에서 세종시를 원안대로 조성해야 한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종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생각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확고했고 이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며 “선거 상황에서 내심 고민을 많이 했지만 ‘원안대로는 안 된다’ ‘제대로 해야 한다’ ‘명품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수시로 밝혔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원안 고수’ 발언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더 당당할 수 있겠지만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 이 정도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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