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2주년 ‘탄신제’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를 맞이하기 위해 대구·경북 지역 친박 의원들이 거의 총출동했다. 지난달 31일 박 전 대표의 부산 방문 때 이 지역 친박 의원들이 모였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날 관심은 박 전 대표의 입에 쏠렸다. 전날 정부가 세종시의 기능과 성격을 행정중심에서 기업도시로 바꿀 방침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제 생각은 이미 분명히 다 말했잖아요. 자꾸 물어보신다고 제 말이 달라지나요”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세종시 원안 추진이라는 소신에 변화가 없다는 얘기였다.
○ 세종시 직접 언급 안해
이날 박 전 대표는 세종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2주 전 부산에서 “세종시는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라며 세종시 원안 수정 움직임에 직격탄을 날렸던 것과는 달랐다. 이는 청와대가 최근 박 전 대표 측에 “최대한 빨리 대안을 만들 테니 참고 지켜봐 달라”는 뜻을 전달한 후 “일단 자제하자”는 친박계 내부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했다. 친박계 의원들도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공개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 비판은 간접화법으로
박 전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기리는 문화 행사인 정수대전 시상식 축사에서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도 중요하지만 문화 신뢰 법치 같은 무형 인프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것은 국격을 보여주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안 이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 문제에는 행정효율성 등 경제논리보다 신뢰와 법치가 중요하다는 원칙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눈에 보이는) 경제와 4대강 사업으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와 자신의 소신은 다르다는 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들렸다.
○ 대선 전초전 같은 분위기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은 탄신제 축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하늘이 우리 민족에게 내린 축복이며 원칙, 소신, 정도의 지도자였다”며 “하늘이 원칙과 정도의 지도자를 다시 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전 대표를 가리킨 말이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과 박종근 이해봉 서상기 의원 등 의원 17명과 김관용 경북지사, 김범일 대구시장이 행사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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