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포기땐 다른 미래 제공…한-일 안보 위한 핵우산 보장”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6일 03시 00분


오바마 新아시아정책 제시
“부강한 中은 세계발전 원천”
대립 아닌 협력 동반자 규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이후 북한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국인 일본에서 ‘신아시아정책’의 대강을 밝히면서 “미국은 파트너들과 보조를 맞춰 북한에 다른 미래(a different future)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포괄적인 북핵 문제 접근법인 ‘그랜드 바겐’의 지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누릴 수 있는 ‘다른 미래’의 비전을 몇 가지 열거했다. △고립 대신 세계로 통합된 미래 △북한 주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갖는 미래 △고조되는 불안 대신 안전보장과 존중을 받는 미래가 바로 그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존중은 호전적인 태도로는 얻을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는 국제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북한이 선택해야 할 길도 오바마 대통령은 제시했다. 그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를 포함한 기존 약속(9·19공동성명)을 지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면 주변국과의 관계 정상화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강력하고 효과적인 핵 억지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밝혀둔다”며 핵우산을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위협당하지 않을 것이며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출생부터 유년기 시절에 걸친 아시아와의 인연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적극적인 아시아 정책을 펴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중국을 더는 대립관계가 아닌 협력의 동반자로 규정하고 “부강한 중국은 세계 발전의 원천”이라고 역설했다. 한편으로는 일본 한국 등 전통적 우방과의 동맹과 경제적 유대 강화를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체코에서 ‘지구촌 비핵화 비전’, 이집트에서 ‘이슬람과의 화해’, 러시아에서 ‘미-러 관계의 새 출발’, 가나에서 ‘아프리카의 미래’를 각각 제시했다. 이번 연설에서도 주제는 달랐지만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면서 각국이 상응하는 책임과 노력을 해야 한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담았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美-日정상 돌아서자마자 ‘미군기지’ 딴소리
하토야마 “연말 해결 약속안해”
오바마는 “이전 합의 이행해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하루 만인 14일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와 관련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면서 갈등 조짐을 보였다.

하토야마 총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후텐마 이전 문제를 올해 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미국에 약속한 적이 없다”며 내년 1월 오키나와(沖繩) 현 나고(名護) 시장 선거 이후로 결정을 미룰 뜻을 시사했다. 이는 하루 전 정상회담에서 “가능한 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겠다”고 합의한 것과는 다른 뉘앙스다. ‘신속한 결정’과 관련해 미국 측은 물론이고 일본 언론도 올해 말을 기한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결정을 내년까지 끌고 갈 경우 미국의 불만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후텐마 비행장을 나고 시로 이전하기로 한 미일 정부의 기존 합의를 이행할 것인지 여부는 더욱 민감한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기존 합의 이행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4일 도쿄에서 행한 아시아정책 연설에서도 이를 몇 차례나 강조했다. 그러나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기존 합의 이행을 전제로 한다면) 각료급 작업팀을 가동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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