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일제 공휴일’ 도입 추진
재계 “기업 부담 늘것” 반발… 시행까지 상당한 진통 예고
주5일 수업 전면실시 방안은 부처협의 안돼 발표직전 빠져
《30대 회사원 김원일(가명) 씨는 종종 국내 여행을 꿈꿨다가도 이내 포기하곤 했다. 초등학생 아들은 토요일에도 등교해야 하고, 직장에 연가라도 내려면 이런저런 눈치를 봐야 했다. 새해 달력을 받아들고 ‘빨간 날’을 꼽아 보다가 한숨을 내쉰 적도 많다. ‘하필이면 공휴일이 주말에 걸려 손해를 보나….’ 올해만 해도 법정 공휴일 14일 중 8일이 토, 일요일과 겹쳤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일 발표한 ‘한국 관광 선진화 전략’은 휴일을 실질적으로 늘려 가족 단위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휴일이 늘어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강원 평창군 용평관광단지에서 ‘제3차 관광산업경쟁력강화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까지 한국을 찾는 관광객을 현재의 3배인 2000만 명 선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동안 공휴일은 날짜로 지정돼 토, 일요일과 겹치는 일이 잦았다. 정부는 이럴 경우 대체휴무를 실시하거나 아예 공휴일을 요일제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즉 ‘○월 ○일’로 정해진 공휴일을 ‘○월 ○번째 월요일’ 등 요일 기준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미국은 추수감사절(11월 네 번째 토요일) 등 일부 공휴일을 요일제로 운영하고 있다.
또 중국처럼 공휴일이 토, 일요일과 겹칠 경우 대체휴무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런 제도가 실시되면 금∼일요일 또는 토∼월요일 등 사흘 연휴가 늘어날 수 있다. 휴일을 늘려 국민의 여행 욕구를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는 공무원들의 연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내년부터 부서장 성과 평가에 연가 실적을 반영키로 했다. 공무원들의 연가만 늘려도 관광 수요를 확대하고 연간 6676억 원(2009년 기준)의 연가 보상비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정부가 지난해 13개 중앙부처 본부 직원 8830명을 대상으로 연가 활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공무원들은 평균 연가일수 20일에 크게 못 미치는 6.4일만 쉬었다. 한 중앙부처 사무관은 “승진이 중요한 공직사회에서 장기적으로 연가 사용이 정착되려면 고위 공무원부터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작됐지만 유명무실한 일선 학교들의 ‘재량 휴업’ 제도도 활성화된다. 학기당 7일까지 학교장 재량으로 휴일로 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1, 2일씩 사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앞으로는 학교장 재량으로 7일 연달아 사용해 봄방학 또는 가을방학 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앞으로 시도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재량 휴업을 적극 권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부처 간 협의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방안이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날 발표한 한국 관광 선진화 전략은 ‘거대한 밑그림’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질적인 휴일을 늘리는 방법도 대체휴무로 할지, 요일제 공휴일로 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 또 당초 안에는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주5일 수업제를 전면 실시한다는 방안도 들어 있었으나 발표 며칠 전 부처 간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빠졌다.
학교의 재량 휴업 강화에 대해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교장은 “수많은 맞벌이 부부는 학교가 쉬면 아이를 돌보기 어려워 재량 휴업을 원하지 않는다”며 “학교장의 재량 휴업권 강화는 사회 전반적 분위기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20일 일제히 휴일을 늘리는 방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상의는 “법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서는 안 된다”며 “주말과 겹치는 공휴일의 전, 후일을 휴일로 정한다면 다른 공휴일을 그만큼 줄이거나 무급 휴일로 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항공과 여행업계 등은 이번 방안을 크게 반겼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신종 인플루엔자 악재로 힘든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전자 자동차 산업은 이미 자동화돼 관광서비스 산업에 고용창출을 기대해야 할 때”라며 “정부가 국민들의 여가 수요를 인식한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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