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관계자 “MB, 오바마에 FTA 비준 관련 희망 다 말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내년 상반기 넘기지 말아달라 요청?



美 연말까진 건보개혁 들썩… 내년은 돼야 논의공간 생겨

후반기는 美 중간선거 정국, 선거철엔 비준 전망 어두워

靑 “대화내용 민감… 비공개”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희망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미 의회의 FTA 비준과 관련해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우리 바람을 다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충분히 이해하겠다고 했고,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두 정상 사이에는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는 정도로 대화가 오갔다”며 “하지만 의회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대화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이날 오간 FTA 관련 대화를 대부분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내년 상반기를 비준 희망 시점으로 제시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FTA 비준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연말까지 자신의 핵심 과제인 건강보험개혁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달 8일 미 하원이 법안을 가결하는 등 전망이 어두운 편은 아니지만 보수층과 보험업계의 반발이 여전해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만약 건보개혁 법안이 연말까지 통과되면 내년 초에는 FTA 문제를 본격 논의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하지만 내년 11월에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전에 가급적 빨리 FTA 비준을 마무리해야 한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층인 노조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노조 등 미국의 제조업 노조는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외국과의 FTA에 부정적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를 넘기면 내년 안에 의회 비준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물론 내년 상반기에 FTA가 다시 논의된다고 하더라도 한미 FTA가 그때 처리된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미 행정부는 한미 FTA보다 먼저 체결한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FTA도 아직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한 상태다. 한미 FTA는 서명 순서가 가장 늦으며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중차대한 협정으로 꼽히기 때문에 의회가 가급적 나중에 손대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도 이를 감안해 ‘자동차 재논의 수용’이라는 선공(先攻)적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이 대통령의 재논의 발언은) 한미 FTA 재협상이나 추가협상 이야기가 아니다”며 “미국이 (자동차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서 문제의 내용에 대해선 이야기를 안 하니까 적극적으로 공세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올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업종별 단체와 주요 기업들로부터 한미 FTA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USTR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과 다시 보완 여부를 논의하고, 미국이 받아들일 만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의회를 설득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환대에 감사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 남긴 방명록. 오바마 대통령은 영어로 “대한민국의 멋진 환대에 감사합니다. 양국의 우정이 영원하길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안철민 기자
오바마 “환대에 감사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 남긴 방명록. 오바마 대통령은 영어로 “대한민국의 멋진 환대에 감사합니다. 양국의 우정이 영원하길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안철민 기자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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