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 비법 전수’ 대표사업 육성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베트남 등에 정책 컨설팅

자원부국 지원 ‘우호 강화’

정부는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업을 대표적인 무상원조 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또 자원부국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고 장기 저리의 차관을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프로젝트에 최우선적으로 융자해 줄 계획이다. 조건을 달지 않는 비(非)구속성 원조도 현행 25%에서 2015년까지 75%로 늘린다.

한국 정부가 지식공유 사업을 주요 원조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저발전국가와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는 경제수준 차이가 현격한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개도국에서 중진국으로 도약한 생생한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 저개발국과 개발 경험 나눈다

정부는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 특별경제자유구역 설립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아제르바이잔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협상 전략에 대해 조언해 줬다. 이는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Knowledge Sharing Program)’의 대표적인 예다. KSP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보완하기 위해 2004년부터 시작됐으며 지난해 말까지 13개국에서 83개 과제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했다.

기획재정부는 앞으로도 KSP를 한국의 대표적인 대외원조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전문분야별 조언을 넘어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포괄적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을 올해 도입했으며 첫 대상국으로 베트남을 선정했다.

원조를 하면서 ‘한국산 자재만 사용하라’ 등과 같은 조건을 달지 않는 비구속성 원조도 크게 늘어난다. 정부는 2015년 말까지 비구속성 원조 비율을 75%로 늘리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원조 수혜국 입장에서 볼 때 조건을 달아버리면 비용이 증가하고, 자국의 역량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 선진국들은 비구속성 원조의 비율이 90%에 이른다”고 말했다.

○ 원조 활용해 자원부국과 연계 강화

대외원조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원조를 통해 자원부국 등 향후 국익에 도움이 될 국가들과 미리 우호적인 관계를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대외원조를 자국 이익과 연계해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은 아프리카 서부의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에 1980년대 이전부터 정부 주도로 사회기반시설(SOC)을 대거 지원해주면서 일본인 거주지를 조성했다. 실제 니제르의 중부도시 아를리트 도로 한편에는 ‘환영한다’는 일본어 간판과 현대적인 목조 가옥들이 들어서 있다. 니제르 국민들은 최근 자원 싹쓸이에 나선 중국에 반감을 갖고 있는 반면 일본에는 상당히 우호적이다.

이러한 대외원조의 영향력을 감안해 한국 정부도 유상원조에 해당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등 자원부국에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