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판 여의도’ 얼마나 반성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법원, 폭력 국회의원에 잇단 유죄 판결

국회 자체징계는 아직 감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는다며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 출입문 문고리를 해머로 여러 차례 내리쳐 파손한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상임위원 명패 5개를 바닥에 던져 부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게 법원이 23일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국회의원이라도 국회 내에서 발생한 폭력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판결로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회의장·의장석 점거와 농성, 여야 간 몸싸움, 극한 대립을 일삼아온 국회의 관행적 폭력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 법원 “사전 질서유지권 발동 위법”

지난해 말 이후 국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와 관련해 검찰에 기소된 현직의원은 5명이다. 문 의원, 이 의원 외에 13일에는 미디어관계법 관련 국회 대치 상황에서 서갑원 민주당 의원에게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로 조원진 한나라당 의원이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5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한나라당 권경석 위원장의 개회 선언을 힘으로 막으려 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로 약식 기소됐고 민노당 강기갑 의원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현재 5명 중 3명에게 유죄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원은 국회 폭력에 대해 단죄하는 한편 국회 상임위원장의 ‘사전 질서유지권’ 발동에 제동을 걸었다. 국회 다수당도 의회 운영을 일방적으로 하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검찰은 국회 경위의 몸을 밀치거나 옷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한 민주당 당직자 2명을 공용물건손상 외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외통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이 적법하지 않아 이후 국회 경위의 공무를 방해한 것을 범법 행위로 볼 수 없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08년 12월 16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여야 간사 협의가 결렬되자 박진 외통위원장은 외통위 전체회의를 18일 개최해 비준동의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통보하고 야당의 회의 방해에 대비해 사전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김태광 판사는 “국회법상 질서유지권이란 국회 업무 과정에서 소란행위가 발생할 때 질서를 확보하고자 발동하는 것인데 소란행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만으로 사전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 국회 자체 징계는 흐지부지

국회 내의 폭력 관행을 끊기 위해서는 국회 자체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지만 국회는 지금까지 문 의원과 이 의원을 징계하지 않고 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소위원회는 올해 2월 민주당 의원이 퇴장한 상태에서 민주당 문학진 의원에게 제명 바로 아래 단계인 출장정지 30일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해당 징계가 국회 본회의를 거쳐 그대로 확정된다면 문 의원의 수당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4월 9일 소집된 윤리특위 전체회의에는 야당 의원 전원이 불참해 징계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그 후 23일까지 약 7개월 동안 윤리특위의 전체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민노당 이정희 의원의 징계안도 올해 4월 하순 윤리특위에 회부됐으나 특위는 아직도 이 의원의 징계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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